▲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원래 희망이라는 주제로 여러분과 생각을 나누고자 했지만 제 희망의 저장고가 완전히 바닥났기 때문에 천사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올해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가 스웨덴 스톡홀름 증권거래소 건물에서 7일(현지시간) 공개 강연을 했습니다.
오는 10일 노벨상 시상식을 앞두고 열린 행사로, 크러스너호르커이가 대중 앞에 나선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30분 넘게 이어진 강연에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헝가리어로 천사, 인간의 존엄성, 희망 또는 그 부재, 반항, 독일 지하철의 방랑자와 부랑자에 대한 관찰 등 여러 소재와 주제를 자유롭게 넘나들었습니다.
노벨재단 홈페이지에 공개된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연설문은 그의 작품처럼 문장이 길게 이어지는 만연체였습니다.
마침표가 거의 없이 쉼표만으로 문장이 유장하게 이어졌습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묵시록적이고 종말론적인 분위기와 현대인의 불안과 구원에 대한 탐구로 가득 한 자신의 작품들처럼 강연에서도 특유의 진중한 분위기를 드러냈습니다.
천사에 대해 언급하면서 "새로운 종류의 천사들은 날개도 없고 전할 메시지도 없다. 그들은 평상복을 입고 우리 사이에 존재할 뿐이며, 원한다면 알아볼 수 없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들은 단순히 저기 서서 우리를 바라볼 뿐이며, 우리의 시선을 찾고 있는데, 이는 그들의 눈을 바라보고 메시지를 전달해달라는 간청"이라면서 "다만, 불행하게도 우리는 전달할 메시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희망이 바닥났기에 희망 대신 천사에 대해 말하겠다고 서두에서 밝힌 대로 그는 희망이 부재한 세상에 대해 길고도 해독하기 어려운 말들로 강연을 이어갔습니다.
전쟁에 대해서는 "전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전쟁과 오로지 전쟁, 자연에서의 전쟁, 사회에서의 전쟁, 이 전쟁은 무기로만, 고문으로만, 파괴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이는 한쪽 저울 끝의 모습이지만, 저울의 반대편에서도 일어난다. 왜냐하면 단 한마디의 나쁜 말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라며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쏟아냈습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1985년 헝가리 농촌에서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지는 과정을 묵시록적 분위기로 그려낸 '사탄탱고'로 데뷔했습니다.
이후 장편소설 '저항의 멜랑콜리'(1989), '서왕모의 강림'(2008),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2016), '맨해튼 프로젝트'(2018), '궁전을 위한 기초작업'(2018), 중단편소설집 '라스트 울프'(2009), '세계는 계속된다'(2013) 등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10월 스웨덴 한림원은 그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료 발표하며 "종말론적 두려움 속에서도 예술의 힘을 재확인하는 그의 강렬하고 선구적인 전작"에 상을 수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카프카에서 토마스 베른하르트에 이르는 중부 유럽 전통의 위대한 서사 작가로 부조리와 기괴한 과잉이 특징"이라며 "그러나 그의 작품에는 그보다 더 많은 요소가 있으며, 더욱 사색적이고 정교하게 조율된 어조를 채택해 동양을 바라보기도 한다"고 평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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