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의 시작, 월요일 아침에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X에 기사와 함께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민주당 소속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을 콕 짚어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대통령이 특정 기초단체장의 성과를 공개적으로 칭찬한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특히 정 구청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에서 '차기 서울시장군'으로 언급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른바 명심(明心)과 결부시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X글… "명함도 못 내밀 성적표"
이 대통령이 함께 올린 기사의 제목은 '성동구 정기 여론조사 만족도 92.9%...주민 신뢰 최고'입니다. 성동구가 구민을 대상으로 한 2025 정기여론조사에서 "성동구가 일을 잘하고 있다"고 대답한 비율이 92.9%를 차지했으며, 특히 매우 잘한다는 응답이 48.6%로 10년 전 여론조사 때 8.8%와 비교해 크게 늘었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풀어보면 3선 정원오 구청장의 성과에 대해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매우 잘한다고 했고, 이는 첫 임기 때인 10년 전 2015년에 비해 5배 이상 증가했다는 겁니다. (한국리서치, 2025년 10월21~24일 조사, 한국리서치 및 중앙선거조사여론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그럼 이 대통령이 명함도 못 내민다고 했던 수치는 얼마였을까요? 경기지사 선거에 나서기 전 성남시장으로서 마지막 해였던 2017년, 이 대통령은 성남시가 여론조사기관 ㈜서던포스트에 의뢰했던 시정 만족도 여론조사에서 80.6%의 종합 만족도를 얻었습니다. 당시 역대 최고라는 설명이 있었는데, 단순 수치상으로 정 구청장이 10%p 이상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겁니다.
정원오는 누구?… 이재명 대표 시절 박수와 칭찬
그럼 이렇게 상찬한 정 구청장과 이 대통령과의 인연은 어땠을까요? 정 구청장은 임종석 국회의원(문재인 정부 대통령 비서실장)의 보좌관으로 일한 뒤 성동구청장에 도전해 3선에 올랐습니다. 민주당 내에서 뛰어난 행정력의 실무형 단체장이라는 평가를 받아왔고, 이재명 대통령도 당 대표 시절 성동구청을 현장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한달 뒤인 2022년 11월이었는데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난사고에 대비한 통합관제센터 시스템을 잘 운영하고 있다고 박수와 함께 칭찬을 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대표 (2022년 11월30일)
"역시 성동구청장이다. 재난안전 문제는 매우 중요한 영역이긴 하지만 일상적으로 좀 소홀해질 염려가 있는데 성동구는 일상적 관리나 투자 등을 정말 잘 하고 계신거 같다."
"역시 성동구청장이다. 재난안전 문제는 매우 중요한 영역이긴 하지만 일상적으로 좀 소홀해질 염려가 있는데 성동구는 일상적 관리나 투자 등을 정말 잘 하고 계신거 같다."
이를 계기로 정 구청장은 "시민들이 리틀 이재명으로 불러주신다"며 "굉장히 영광스럽지만 혹시 누가 되지 않을지 염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오늘 대통령의 글에도 감개무량하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지방선거 6개월 전 묘한 시점에 묘한 글
정치권에서는 묘한 시점에 묘한 글을 올렸다면서 진의 파악에 분주했습니다. 서울시장 등을 뽑는 내년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량급 예비 주자들이 몸을 풀고 있는 시점입니다. 민주당에서는 김영배, 박주민, 박홍근, 서영교, 전현희 의원과 박용진, 홍익표 전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정 구청장 역시 유일한 3선 구청장으로 출마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오세훈 현 시장과 함께 나경원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진보진영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박주민 11.1% 김민석 10.7% 정원오 7.0% 서영교 5.6% 강훈식 4.9% 박용진 3.8% 전현희 1.8%로 나타났습니다. 보수진영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오세훈 21.7% 나경원 9.0% 한동훈 7.6% 이준석 6.0% 조은희 1.3%로 집계됐습니다. (여론조사꽃, 2025년 11월24~27일 조사, 중앙선거조사여론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단, 총리실은 12월1일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민석 총리를 제외해달라고 요청)
야권에서는 경계심과 함께 격한 이야기가 튀어나왔습니다. 내란 프레임으로 국민의힘의 손발을 묶어 놓은 상태에서 중도층에 호소할 검증된 행정가로까지 외연을 확장해 서울시장 선거를 치르려는 포석 아니냐는 목소리입니다. 오세훈 시장 측에선 "대통령까지 나서 관건 선거를 하라고 정부와 당에 신호를 주는 셈이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서울시장 선거개입? 뜬금없는 정원오 띄우기?'라며 사전 선거운동 소지가 있다고 쏘아붙였습니다.
나경원 의원 페이스북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특정 인물을 노골적으로 띄우는 '선거 개입 신호탄'이다. 사실상 여당 서울시장 후보를 겨냥한 명심오더이자 대통령발 사전선거운동이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특정 인물을 노골적으로 띄우는 '선거 개입 신호탄'이다. 사실상 여당 서울시장 후보를 겨냥한 명심오더이자 대통령발 사전선거운동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대통령의 정 구청장 칭찬을 '명심'으로 받아들이는 건 과도한 해석이라는 반응들이 주를 이룹니다. 당의 일은 당에 맡겨두자는 대통령 스타일 상 누구를 편든다는 건 있을 수 없다는 거죠. 야당의 날선 반응에 대해선 박용진 전 의원이 "뭘 그리 과민하냐?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하자"고 받아쳤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대통령이 자신의 성남시장 재직 당시를 떠올리며 얘기한 것일 뿐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은 아니"라고 확대 해석을 말라는 뜻을 비쳤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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