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둘러 출동해보니 20대 남성 A 씨와 부친이 서로 화를 삭이지 못하고 씩씩대고 있었습니다.
의과대학생인 A 씨가 또다시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하고 오자 이에 반대하던 부친과 갈등이 폭발한 것입니다.
A 씨는 가정폭력을 주장하며 자신이 녹음한 부친과의 대화를 경찰에게 들려줬다고 합니다.
녹음파일에는 "수십 년을 키워줬는데 가족과는 상의 한마디 없이 이게 무슨 짓이냐"고 따지는 목소리가 담겼습니다.
2023년 A 씨는 의대에 입학하자마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휴학계를 냈다고 합니다.
지난해에는 의정 갈등을 기회 삼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다시 응시해 다른 학교 경영학과에 합격했으나 부모의 거부로 입학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녹음파일에서 욕설과 폭행 등의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A 씨도 부친을 "당신"이라고 부르며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경찰은 "그래도 아버지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타일렀습니다.
A 씨의 부친도 의사였습니다.
A 씨는 부친과의 분리 조치를 경찰에 요청했지만, 부친은 "자퇴서가 수리되기 전까지 어떻게든 옆에서 아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결국 경찰은 가정폭력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현장에서 사건을 종결 처리했습니다.
그러나 부자 사이 갈등의 골은 수년간 깊어질 대로 깊어져 쉽게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미 경찰 신고도 여러 차례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 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의대 진학을 희망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부모님은 무조건 의대에 가야 한다며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하셨다"며 "의대 원서 제출도 저와 상의 없이 이뤄졌다"고 주장했습니다.
교육계에서는 이 사건이 진로를 놓고 벌어진 부자 사이의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묻지마 의대' 현상의 한 단면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적성과 흥미에 맞는 길을 찾기보다 '의대 입학'이라는 목표만을 향해 내달리도록 한 사회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2년 동안의 의대 정원 증원은 학부모의 기대를 부채질했습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의대를 다니다가 자퇴 등으로 중도 이탈한 학생은 386명으로 전년(201명)보다 거의 두 배로 늘었습니다.
서울대·연세대·가톨릭대·성균관대·울산대 등 이른바 '주요 5개 의대'로 좁혀 봐도 지난해 중도 이탈자는 16명으로 최근 5년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이사는 최근 최상위권 성적의 중학생으로부터 "공대에 가고 싶은데 부모님이 반대하니 가치관에 혼란이 온다"는 상담 요청을 받았습니다.
임 대표는 "가장 안정적 진로는 의사 같은 전문직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공고해진 결과"라며 "특히 가족이 의사인 경우에는 이 같은 생각이 세대를 넘어 전파되며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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