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는 정권 차원의 지원을 받는 대가로 김건희 여사에게 선물을 전달한 혐의 등을, 신천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특정 후보를 몰아주기 위해 신도들이 한꺼번에 입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의 말처럼 일본에서는 종교 단체가 정치에 개입해 해산 명령을 받은 적이 있었을까요.
SBS 사실은 팀이 팩트체크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지난 2일, 국무회의 발언)
"지금 정교분리 원칙이라고 하는 게 정말로 중요한 원칙인데, 이 정교분리 원칙을 어기고 예를 들면 종교 재단 자체가 조직적 체계적으로 정치 개입한 사례들이 있는데, 이게 일본에서는 종교재단 해산 명령을 했다고 하는 것 같더라고요."
지난 7월, 김건희 특검이 통일교 본부인 경기 가평군 천정궁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자, 통일교 교인들이 나와 기도하는 모습.
먼저, 일본에서 종교 단체의 해산을 규정한 법적 근거를 찾아봤습니다.
일본은 종교 법인의 설립과 운영과 관련해 '종교법인법'이 규정돼 있는데, 종교법인법 제81조에 종교 단체의 해산 근거가 담겼습니다.
<종교법인법(宗教法人法)> 해산명령(解散命令)
제81조 법원은 종교법인에 대해 왼쪽 각 호의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소할청, 이해관계인 또는 검찰관의 청구에 의하여 또는 직권으로 그 해산을 명할 수 있다.
1항 : 법령을 위반하여 현저하게 공공의 복지를 해치겠다고 분명히 인정되는 행위를 한 것.
第八十一条 裁判所は、宗教法人について左の各号の一に該当する事由があると認めたときは、所轄庁、利害関係人若しくは検察官の請求により又は職権で、その解散を命ずることができる。
一 法令に違反して、著しく公共の福祉を害すると明らかに認められる行為をしたこと。
일본의 사이비 종교 '옴진리교' 교주이자 테러리스트 아사하라 쇼코. 지하철 사린 가스 테러의 주범으로 2018년 사형이 집행됐다.
실제로, 이 조항에 의해 해산된 종교 단체도 있습니다. 모두 3곳입니다.
1995년 3월, 일본 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지하철 사린 가스 테러의 주범 옴진리교가 첫 사례였습니다. 당시 가스 테러로 13명이 숨지고, 5천명 넘게 다쳤습니다. 그 다음이 2002년 사기 사건에 연루됐던 묘카쿠지(明覺寺)였고, 최근 사례가 옛 통일교입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023년 10월 법원에 일본 내 통일교 해산 명령을 청구했고, 올해 3월 도쿄지방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해산을 명령했습니다. 지금은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2022년 7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격 사건.
일본 정부의 통일교 해산 청구는 지난 2022년 7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암살 사건이 계기가 됐습니다. 당시 아베 전 총리를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는 자신의 가족이 겪은 경제적 어려움의 원인으로 통일교를 지목했기 때문입니다. 데쓰야의 모친은 생활 수준에 무리가 갈 정도로 통일교에 거액의 헌금을 하면서, 데쓰야 3남매가 먹을 것이 부족할 정도로 궁핍한 삶을 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데쓰야는 아베 일가를 비롯한 자민당 보수 정치인들이 통일교와 깊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 아베를 살해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자민당은 당 차원 자체 조사에 착수했고, 소속 의원 381명 중 179명이 통일교와 접점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해 정교 유착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우리 당 소속 의원 379명 전원에게 확인을 받고 있습니다. 질문 1번의 '(옛 통일교) 회합의 축전·메시지 등 송부'부터, 마지막인 8번의 '옛 통일교 및 관련 단체의 선거 지원 의뢰 및 조직적 지원, 동원 등 수용'까지, 하나라도 해당한다고 답한 의원은 179명입니다."
わが党所属衆参国会議員379名全員から確認をしております。…… 質問1の「会合への祝電・メッセージ等の送付」から、最後の質問8の「旧統一教会及び関連団体への選挙支援の依頼、及び組織的支援、動員等の受け入れ」まで、1つでも該当するとの回答があった議員は179名です。
- 자민당의 모기 토시미츠 간사장 기자회견, 2022년 9월 8일
아베 전 총리를 피격한 야마가미 데쓰야.
일본 정부는 이듬해 2023년 10월 도쿄지방법원에 통일교에 대한 해산명령을 청구했고, 법원은 1년 5개월 뒤인 지난 3월, 해산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간의 이야기 흐름을 보면, 통일교와 자민당과의 유착, 즉, 정교 분리 위반이 해산의 결정적 사유가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해산 명령 요구서를 자세히 살펴보니, 종교의 정치 개입은 포함돼 있지는 않았습니다. 주로 헌금 강요 부분이 직접적인 사유가 됐습니다.
요구서 원문에 담긴 핵심적인 사유 6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집요하게 헌금하도록 강요하고 있어……(執拗に献金するように働きかけてお り……)
② 헌금 권유 등의 방법은 본건 종교 법인의 재산적 이익을 우선 (献金勧誘等の手法は、本件宗教法人の財産的利 益を優先)
③ 양심보다 본건 종교 법인의 이익을 우선 (良心よりも本件宗教法人の利益を優先)
④ 막대한 재산적 피해가 발생 (莫大な財産的被害が発生)
⑤ 상대방의 자산 상태나 상대방 가정에서의 지출에 관한 결정권 유무 등의 정보를 파악 (相手方の資産状態や相手方の家庭における出費に関する決定権の有無等の情報を把握)
⑥ 신자 본인의 자녀에게도 심각한 영향 (信者本人の子どもにも深刻な影響)
- 일본 문무과학성, 종교법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해산 명령 청구에 대해, 2023년 10월 13일
일본 언론은 이를 영감상법(靈感商法)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영혼에 대한 느낌을 뜻하는 영감(靈感)과 상술을 의미하는 상법(商法)을 합친 단어인데, 건강을 지키거나 직장과 가정의 불운을 떨쳐내야 한다는 말로 유인해 평범한 물건을 비싸게 파는 악덕 사기술을 일컫습니다. 즉, 통일교가 '영감상법'으로 신도들을 현혹해 경제적 부당 이익을 취했고, 종교 단체가 집단적으로 공모해 사기 행위를 했다고 판단, 해산을 청구한 겁니다.
도쿄지방법원은 청구 내용을 받아들였습니다. 해산 명령 요구서에 담긴 헌금 강요 행위가, 위에서 말씀드린 종교법인법 제81조 1항, '현저하게 공공의 복지를 해친 행위'로 결론 내렸습니다.
…… 위와 같은 헌금 권유 등 행위는 개인의 재산권 및 생활의 평온에 대한 침해를 통하여 단순히 공공의 복지를 해칠 뿐 아니라, 총체적으로 볼 때 종교법인법 제81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한다고 결론지었다.
上記の献金勧誘等行為は、個の利益である財産権及び生活の平穏等の侵害を通じ、単に公共の福祉を害するというだけでなく、総体として、『法令に違反して、著しく公共の福祉を害すると明らかに認められる行為』(法 81 条 1 項 1 号)に該当するものというべきである。
- 마사유키 타나무라, <종교법인법 81조 1항 1호에 근거한 종교법인의 해산명령>, TKC 라이브러리, 2025년 10월.
이재명 대통령 말처럼, 일본은 종교 단체의 비위에 해산 명령으로 대응하고 있고, 지금까지 3번의 사례가 있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정교 분리 위반이 직접적인 사유가 돼 해산된 적은 아직 없었습니다.
아베 전 총리 암살을 계기로 정교 분리 논란이 불거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종교법인법에 적용해 해산까지 가기에는 법리적으로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이재명 대통령이 법제처에 종교 단체 해산에 대한 법리 검토를 지시한 만큼, 해산 가능성 여부를 두고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법제처 검토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한국의 법 체계상, 종교 단체 해산이 쉽지는 않다는 법조계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정부가 종교 단체 비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한국에는 일본과는 달리 종교법인법이 없어 공권력이 종교에 개입할 법적인 수단이 없을 뿐 아니라 국내 제일의 종교로 자리 잡은 기독교의 영향으로 종교의 자유나 정교 분리가 강하게 뿌리내린 결과로도 볼 수 있다. 더구나 한국의 주요 종교단체인 교회나 사찰은 대부분 비법인사단 또는 재단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종교비리나 범죄가 있어도 주로 개인적 차원에서 민·형사책임에 그칠 뿐 종교단체의 해산으로 확대되지는 않는다. 또 비록 종교 단체 설립이 최소 되더라도 비법인사단의 형태로 종교 활동을 계속할 수 있어 그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다.
- 서헌제 (2025), 종교인의 범죄와 종교단체의 해산(설립취소), 교회와 법, 11(2), 158-193.
실제, 한국은 헌법상 규정된 종교의 자유, 또 이와 관련된 일부 판례 말고는 종교 단체를 직접 규율하는 법률이 없습니다. 지금의 현행법 만으로는 종교 단체 해산은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자연히 이를 위해서는 관련 법 제정이 필요할 테고, 공은 입법 기관인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아무래도 이번 이 대통령 발언의 취지가 야권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만큼, 정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고, 일부 종교 단체의 반발도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은 결국 통일교를 해산을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 "특정 종교에 대한 언급은 부적절하다. 행위에는 책임이 따르는 사회가 건강하고 공정한 사회라는 답으로 대신하겠다."면서 "일본의 사례를 분석해 정책을 만드는 데 참고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작가 : 김효진, 인턴 : 황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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