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국에서 해열·진통제 정리하는 모습
전국 약국에서 감기약과 항생제, 혈압약 등 주요 의약품 품절이 몇 달째 이어지면서 약사들과 환자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습니다.
당정은 대체조제를 확대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문제의 핵심은 수급이 아니라 유통구조"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생산 차질뿐 아니라 불투명한 국내 유통망과 왜곡된 거래 관행이 공급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오늘(30일) 국가통계포털 자료를 보면 국내 의약품 도매업체는 지난해 기준 3천999곳입니다.
2014년 1천966곳에서 10년 새 두 배 넘게 늘었고, 제조소(316곳)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많습니다.
도매업체가 과도하게 늘면서 품절약이 발생하면 업체 간 재고 확보 경쟁이 벌어지고, 그 사이 약국과 환자에게 필요한 약이 제때 공급되지 않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어떤 도매업체에 재고가 얼마나 있는지 파악하기도 어려워 실시간 재고 관리나 배송 추적 같은 시스템 구축은 여전히 먼 얘기라는 지적입니다.
대부분 중소 업체라 인력 보강이나 시설 투자에 한계가 큰 점도 걸림돌로 꼽힙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시중에서 품절된 약이 일부 지역에서는 반품으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있다며, "재고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파악할 시스템 구축이 쉽지 않은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유통망이 불투명하다 보니 각종 편법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끼워팔기'로,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해야 품절약을 공급하거나 재고가 남는 약을 함께 사도록 요구하는 방식입니다.
올해 5월에는 비만치료제 삭센다 공급이 달리자 한 유통업체가 재고가 많은 위고비를 끼워팔아 논란이 됐습니다.
최근에는 인천약품 영업사원이 "추석 이후 특정 진해거담제 시럽이 품절될 수 있다"는 문자를 약국에 돌렸고, 이후 주문이 몰리면서 해당 약이 실제로 품절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소문이 실제 품절을 불러온 셈입니다.
인천약품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내고 개인 일탈이라고 밝혔지만, 약사회는 '가짜 품절 사태'로 규정하며 강도 높은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대체조제 활성화를 대책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포럼에서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수석전문위원은 "공공 생산 네트워크 구축과 성분명 처방 확대를 통해 필수 의약품 공급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대체조제로는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품목이 적지 않아, 유통구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집니다.
정부의 공급 부족 파악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올해 바로팜 플랫폼에서 주문이 불가능한 72개 품목 중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고된 수급불안 품목은 7개, 제약사가 식약처에 공급부족을 신고한 품목은 2개에 그쳤습니다.
제약업계에서는 유통 구조의 투명성만 확보돼도 공급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유통은 가장 안전하고 투명해야 하지만 선진 시스템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