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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기피 신청 후 퇴정이 감찰 대상?…"문제없어" vs "부적절"

법관기피 신청 후 퇴정이 감찰 대상?…"문제없어" vs "부적절"
▲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달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술 파티 의혹' 사건 재판에서 검사들이 법관 기피신청을 하고 집단 퇴정한 것이 감찰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피 신청과 함께 재판이 정지돼 퇴정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시각과 함께 재판부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법정을 떠난 것은 부적절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소속 검사 4명은 지난 25일 수원지법 형사11부(송병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부지사 사건 공판준비기일에서 증인 신청이 기각되자 "불공평한 소송 지휘를 따를 수 없다"며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고 퇴정했습니다.

검사들은 10차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될 때까지 피고인 측이 혐의별 쟁점 정리를 하지 않았음에도 재판부가 소송지휘를 적절히 하지 않았으며, 검찰 측이 신청한 증인 64명 중 6명 만을 채택했다는 점 등을 기피신청 사유로 들었습니다.

이 일은 공소유지를 담당한 검사들이 법관 기피신청을 한 사실보다는 불공정한 재판 진행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집단 퇴정했단 점에 초점이 맞춰져 주목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공직자인 검사들의 집단 퇴정과 같은 법정 질서를 해치는 행위들에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엄정한 감찰과 수사를 진행하라"고 지시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2조는 기피 신청이 있는 경우 소송 진행을 정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긴급한 경우 예외로 하고, 소송 지연 등의 목적이 있을 경우 재판부가 이를 기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검사들은 기피 신청과 함께 재판이 정지된 상황에서 퇴정한 것이라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형사소송법상의 기피 신청 절차를 정당하게 밟았을 뿐 감찰 대상이 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검찰이 재판 진행에 항의하며 기피 신청을 하거나 퇴정하는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도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재판에서 재판부가 '1일 직무대리 검사'에게 퇴정을 명령하자 검찰이 기피 신청 의사를 밝히고 퇴정했습니다.

기피신청이나 집단 퇴정을 이유로 감찰이나 징계를 한 전례도 없습니다.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검찰의 기피 신청이 정당했는지는 재판에서 따져보면 될 일"이라며 "소송 진행이 정지되는 이상 검사들이 퇴정했다고 해서 재판이 방해될 리가 없다"고 했습니다.

안성수 서울고검 검사도 해외 사례를 언급하면서 "미국 검사는 공소 제기 및 유지에 대해서는 판사와 같이 절대적 면책권이 보장된다"고 했습니다.

다만 법관들을 중심으로 기피 신청 후 검사들이 집단 퇴정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재판부가 기피 신청을 기각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재판부의 의견을 듣지 않고 검사들이 곧바로 퇴정한 것은 법정질서 위반으로 볼 여지도 있다는 취지입니다.

한 수도권 부장판사는 "20년 넘게 재판하면서 검사가 기피신청을 하고 곧바로 떠나는 것은 보지 못했다"며 "통상 재판부가 떠나기 전에 먼저 떠나지 않는 것이 관례인데 그냥 퇴정하는 것은 무례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도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증거 채부는 재판부 전권 사항인데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그걸 이유로 법정을 퇴정하면 재판이 중단돼 버린다"며 "일반적인 법관의 상식으로는 부적절하다"고 말했습니다.

관련 법령이나 대검 예규에 집단 퇴정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습니다.

다만 직무 관련 규정을 위반하거나 품위를 손상했을 경우 감찰을 거쳐 징계가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 정치운동 금지 의무를 위반한 경우 ▲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태만했을 때 ▲ 검사로서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했을 경우 징계할 수 있습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본인이 연루된 사건에 직접 관여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통령의 방북 비용을 쌍방울 측이 북한 인사에게 대납하도록 공모했다는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7년 8개월이 확정됐습니다.

이 대통령도 관련 사건으로 기소됐지만 대통령 당선 이후 재판이 중단됐습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감찰 지시를 누가 하느냐가 중요한데 이해관계인이 그 사건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감찰을 지시하면 수사나 재판에 관여하는 것 같지 않나"라며 "본인 관련 사건이면 장관을 통해 경위를 파악하는 등 절차를 거쳤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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