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파란불에 횡단보도를 건넜는데도, 우회전 차량과의 사고가 여전히 많습니다. 특히 운전석이 높아 보행자가 잘 보이지 않는 대형 화물차와 사고가 날 경우 치사율이 승용차의 27배에 달합니다.
노동규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길을 걷던 여성이 버스에 그대로 들이받힙니다.
파란불 켜진 횡단보도를 멈추지 않고 진행하다 행인을 치는가 하면, 아직 사람이 건너고 있는데도 진입해 사고를 냅니다.
대형 버스나 화물 차량이 일으킨 우회전 사고들로, 피해자들은 모두 멀쩡히 길을 건너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실제 최근 5년 사이 '우회전 보행사고'를 분석한 결과, 덤프트럭 등 대형 화물 차량의 경우엔 치사율이 승용차의 27배에 달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차량 주변에 '사각지대'가 넓다 보니 큰 덩치로 보행자를 덮친 경우가 많은 겁니다.
지면에서 약 2m 높이에 있는 21톤 화물차 운전석에 앉았습니다.
차량 바로 앞이 보이지 않는 건 물론, 조수석 옆 오른편은 차량에서 2m 떨어진 키 183cm 남성도 고작 머리만 보일 뿐입니다.
120cm 키 어린이라면 대형 화물차량에서 4m 가까이 떨어져야 겨우 운전자 눈에 정수리가 들어옵니다.
우회전하는 대형 화물 차량이 보이면 성인은 적어도 3m, 어린이는 5m 거리를 둘 때 날벼락을 피한다는 결론입니다.
국제기준은 이미 화물차 제조사에 책임을 지웁니다.
운전석 높이를 낮추거나, 차창 면적을 넓혀 운전자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범위를 최대한 넓히는 건데, 유럽이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이 기준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의 경우엔 지난해부터 운전자 시야를 확보한 화물차량만 운행을 허가하고 있습니다.
[박요한/삼성화재 수석연구원 : 운전 공간 눈높이를 좀 낮추거나, 창을 내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이게 안 될 경우엔 첨단 (보행자 경보) 장치를 장착하는 제한을 하고 있습니다.]
보험료 할인이나 세금 감면 혜택으로 첨단 보행자 경고 장치 부착을 유도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김종태, 디자인 : 박소연·장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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