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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한국에 '디지털 규제 추진하면 무역법 301조 조사한다' 경고"

"미, 한국에 '디지털 규제 추진하면 무역법 301조 조사한다' 경고"
▲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그리어 미국무역대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그간 한국 정부와의 무역 협상에서 한국이 미국 기술기업에 해로운 규제를 도입하려고 하면 '보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폴리티코가 19일(현지시간)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와 다른 행정부 당국자들은 한국이 디지털 규제와 관련한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한국을 상대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반복해서 경고했습니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행동, 정책, 관행에 대응할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301조를 활용해 중국산 선박에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유럽연합(EU)이 구글에 과징금을 부과하자 무역법 301조 조사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미국이 한국에 무역법 301조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한국이 디지털 규제를 추진할 경우 사실상 보복하겠다는 일종의 위협입니다.

미국은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한국에서 논의된 망 사용료와 온라인 플랫폼 등 디지털 서비스 관련 규제가 구글, 애플, 메타 등 미국 기업을 겨냥한다고 주장하며 추진 중단을 요구해 왔습니다.

한국 정부는 규제가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설명해 왔지만, 미국 업계와 정치권은 지속해서 우려를 제기하며 압박했습니다.

그 결과 양국이 정상 간 합의를 정리해 지난 14일 공개한 공동 팩트시트에는 "한국과 미국은 망 사용료, 온라인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 있어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하고,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하여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고 명시됐습니다.

다만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그간 한국 정부가 미국의 주장에 대응할 때 계속 견지해 온 입장이라서 이 문구만으로 이 사안이 미국의 요구대로 해결됐는지가 당장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8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그 문구가 우리나라의 디지털 주권을 지키는 데 크게 제약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기본 원칙에 관한 표현들"이라고 말했습니다.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그리어 대표는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행된 대화에서 무역법 301조 조사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지난 9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의 회담에서도 유사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거대 디지털 플랫폼 기업 규제 시도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아르헨티나,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에콰도르와 체결한 무역 합의에도 디지털 서비스세 등 미국 디지털 기업을 차별하는 정책을 자제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과 미국 기술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정부가 합의를 어기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표명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습니다.

백악관 당국자는 한국과의 대화에서 무역법 301조가 언급된 사실을 확인했지만, 미국이 아직 그런 "강압적인 접근"을 고려하지는 않고 있다고 폴리티코에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한국인들은 관세가 우리가 들고 다니는 채찍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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