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만배(왼쪽), 유동규
대장동 민간업자 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로 '범죄수익 환수'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향후 민·형사소송에서 쟁점이 될 배임 규모에 관심이 쏠립니다.
정권 교체 전후로 검찰 수사팀이 배임 액수를 각기 다르게 판단한 근거도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9월 꾸려진 1차 수사팀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배임 액수가 '651억+α'라고 판단한 반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꾸려진 2차 수사팀은 이보다 훨씬 많은 4천895억 원이라고 봤습니다.
1차 수사팀이 2021년 김만배·남욱·정영학 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하며 작성한 공소장에 따르면 민간업자들이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판단된 금액은 '651억 원+α'였습니다.
수사팀은 민간업자들이 공사의 확정이익 산정 기준이 되는 택지 예상분양가를 평당 1천500만 원에서 1천400만 원으로 의도적으로 축소했다고 봤습니다.
평당 1천500만 원으로 예상 이익을 계산했다면 전체 이익은 4천898억 원이 나오는데, 이는 시행사인 성남의뜰이 계산한 택지 가치(3천595억 원)와 1천303억 원이 차이가 나므로 성남의뜰 지분 절반을 가진 공사가 최소 651억 원을 더 받았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직접 시행한 5개 블록의 분양이익도 부당이익으로 산정해 액수 미상의 이익 '+α'를 더해야 한다는 게 수사팀 판단이었습니다.
반면 2차 수사팀은 대장동 사업의 총이익이 택지분양 배당금(5천917억 원)에 아파트 분양수익 3천690억 원까지 총 9천607억 원에 달한다고 판단해 이를 기준으로 배임액수를 산정했습니다.
수사팀은 '민·관 유착 없이' 정상적으로 공모와 사업이 이뤄졌다면 공사는 9천607억 원 중 70%에 해당하는 6천725억 원을 받을 수 있었다고 봤습니다.
공모지침서 작성 당시 주무 부서에서 공사의 적정이익을 70%로 검토한 점, 이후 내부 보고 과정에서도 공사의 기대 이익을 전체의 70% 수준으로 계산한 점 등이 그 근거였습니다.
수사팀은 여기서 공사가 이미 배당받은 1천830억 원을 제외하면 민간업자들의 배임 행위로 공사에 손해를 끼친 금액은 4천895억 원에 달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수사팀은 또 민간업자들이 공무상 비밀을 활용해 재산상 이익을 취했다고 보고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전체 수익 합계 7천886억 원을 범죄수익으로 판단했고 그 대부분인 7천815억 원을 추징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공사가 마땅히 확보했어야 할 배당 비율을 2차 수사팀이 책정한 70%가 아닌 50%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택지분양 배당금 5천917억 원 중 50%인 2천958억 원을 공사가 배당받았어야 했다고 보고, 이 중에서 실제 배당받은 1천830억 원을 뺀 1천128억 원만 공사의 배임 피해 금액으로 추산했습니다.
여기에 2차 수사팀이 추가 기소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특경법 배임 피해 규모는 산정이 안 됐고, 배임만 인정돼 추징액 산출 기반까지도 크게 축소됐습니다.
결국 법원이 대장동 일당인 김만배·유동규·정민용 씨 등 3명에 대해 추징한 금액은 합계 473억 원을 부과했습니다.
뇌물액 또는 뇌물 약속액입니다.
대장동 개발 사업을 시작했고 이익 구조를 짠 기획자인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는 한 푼도 추징받지 않았습니다.
법원의 판단 근거는 공사의 최종 피해액을 추산할 수는 있지만, 범죄 발생 시점의 배임 피해액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검찰의 항소 포기로 대장동 불법 수익 환수 가능성을 두고 논란이 고조되는 가운데 향후 있을 대장동 재판 항소심에서 배임액 규모를 어떻게 산정할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다만 검찰의 항소 포기로 형사소송법상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1심보다 높은 형과 추징은 할 수 없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습니다.
재판부 나름대로 배임액 판단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이는 공사가 피해액을 환수하고자 대장동 일당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손해배상액 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송 제기 1년이 다 되도록 변론조차 제대로 열리지 않았고, 업무상 배임과 관련한 이 대통령 재판은 절차 진행이 중단된 상태인 점, 수사 전문가인 검찰이 밝히지 못한 피해 규모를 소수의 민사소송 변호사들이 확정 짓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민사를 통한 피해 회복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검찰의 항소 포기를 계기로 대장동 일당이 추징보전으로 묶여 있는 재산을 되찾으려는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미 '추징금 0원'이 확정된 남욱 씨는 서울중앙지검 공판3부에 대장동 1심 재판 중 추징보전 처분된 2천70억 원 중 본인 재산 약 514억 원의 추징보전을 해제하지 않으면 국가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남 씨는 이 가운데 120억 원 상당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건물에 대해서는 앞서 법원에도 추징보전을 해제해 달라며 항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 씨는 이와 별도로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부동산도 500억 원에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땅은 남 씨가 대표로 있는 법인이 2021년 300억 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매매가 성사되면 200억 원의 차익을 얻게 됩니다.
남 씨 외에 김만배 씨와 정영학 씨도 추징보전을 풀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추징보전 처분된 전체 2천70억 원 중 김 씨는 1천270억 원, 정 씨는 256억 원이 동결돼 있습니다.
검찰의 항소 포기를 기점으로 1심에서 김 씨에게 추징 선고된 428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1천642억 원은 동결을 지속할 근거가 없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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