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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형제복지원 피해, 1975년 훈령 이전도 국가 책임"

대법 "형제복지원 피해, 1975년 훈령 이전도 국가 책임"
▲ 대법원

형제복지원 수용에 의한 피해 시점을 1975년 내무부 훈령 발령 이전부터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형제복지원에 대한 공식 정부 지침이 마련되기 이전에도 국가 개입으로 불법적 단속과 강제수용이 이뤄졌다는 취지로, 피해자들의 위자료 액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오늘(13일)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가 일부승소했지만, 인정 범위를 좁게 봤던 원심판결을 깨고 서울고법에 돌려보냈습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60년부터 1992년까지 경찰 등 공권력이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민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한 일입니다.

강제노역과 폭행·가혹행위가 이뤄져 65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이번 손배 소송에서 쟁점은 형제복지원 수용에 의한 피해 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였습니다.

형제복지원은 1960년 7월 미인가 육아시설 형제육아원으로 설립됐고 이후 1975년 내무부 훈령에 근거해 부산시와 위탁계약에 따라 확대 개편됐습니다.

그간 법원은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해 왔지만 1975년 이전 수용 기간에 관해서는 하급심 판단이 엇갈렸습니다.

이번 소송에서도 2심은 1975년 이전에 이뤄진 단속과 강제수용에는 국가가 개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수용 기간으로 참작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인용액이 1심보다 줄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국가가 1975년 훈령 발령 전 있었던 원고들에 대한 단속 및 강제수용에 관해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국가는 1950년대부터 지속해 부랑아 단속 및 수용 조치를 해왔고 이런 기조는 훈령 발령으로 이어졌다"며 "국가는 관행적으로 실시되던 부랑아 단속과 수용 조치를 훈령 제정을 통해 확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법원은 훈령 발령 이전 서울, 부산 등 지역에서 이뤄진 일제 단속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1970년 한 해 동안 단속된 부랑인은 5천200명에 달하고 이 중 귀가 조치된 2천956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보호시설에 수용됐습니다.

부산시는 1974년까지 여러 차례 부랑인 일제 단속을 시행했고, 1973년 8월 그와 관련한 지침을 마련해 구청 등에 하달하기도 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사정에 비춰 원고들이 1975년 이전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것은 국가의 부랑아 정책과 그 집행의 하나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훈령 발령 이전 있었던 단속과 강제수용에 관해 위법한 국가작용이 성립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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