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목요일 친절한 경제, 한지연 기자 나와 있습니다. 한 기자, 일본 여행이 좀 비싸질 거라면서요?
<기자>
일본 정부가 출국세, 비자 수수료, 면세 제도를 한꺼번에 손보면서 일본으로 가는 여행 경비가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출국세가 뭔지 좀 보면, 일본에서 출국할 때 내는 일종의 관광세입니다.
현재 1인당 1천 엔, 우리 돈으로 약 9천500원 정도인데요.
이걸 2026년도 세제 개정안 논의의 일환으로 3천 엔 이상, 우리 돈으로 약 2만 8천500원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지금 일본 정부가 검토하는 중입니다.
출국세는 원래 항공권에 자동으로 포함돼 있어서 표를 살 때 우리가 모르게 내는 돈인데, 이게 3배로 오르면 한 사람당 3만 원 가까이 더 붙게 되는 겁니다.
참고로 2023 회계연도 기준으로 출국세로만 399억 엔, 약 3천784억 원이 걷혔습니다.
또, 내년 4월 이후로는 외국인 관광객 대상 비자 발급 수수료도 대폭 인상하기로 해서요.
현재 일본을 한 번만 오갈 때 내는 단수 비자 발급 수수료가 3천 엔 정도 수준이지만, 미국이나 유럽 주요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우리야 무비자로 90일 동안 일본에 머물 수 있어서 관계없는 거 아니냐 하시겠지만, 2028년쯤부터는 비자 없이 단기 방문한 외국인에 대해서도 사전 심사를 실시하고 이에 따른 별도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면세 제도도 바뀝니다.
지금은 매장에서 바로 10% 세금을 빼주는 '즉시 면세' 방식이잖아요.
하지만 일부 외국인이 이를 악용해서 면세품을 출국 전에 되팔아 차익을 챙기거나 탈세하는 사례가 늘면서 앞으로는 물건 살 때 세금을 내고, 출국할 때 공항에서 환급받는 '사후 환급형'으로 바꾸겠다는 겁니다.
결국, 우리 입장에서는 일본 여행 경비가 체감상 꽤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앵커>
그런데 관광객이 많이 오면 좋은 거 아닌가요? 왜 이렇게 하는 거죠?
<기자>
관광객이 너무 많이 오는 걸 오버투어리즘, 즉 과잉 관광 현상이라고 하는데요.
이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입니다.
요즘 일본 가보면 정말 사람이 많죠.
2024년 한 해 동안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3천868만 명, 역대 최고치를 찍었고요.
올해도 9월까지 이미 3천1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단기간에 연간 3천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친절한 경제>에서 일본의 외국인 부담금에 대해 얘기하는 이유는 당연히 일본을 방문하는 우리 관광객이 많아서겠죠.
지난해만 882만 명으로 집계됐고요.
올해 상반기에는 478만 명이 훌쩍 넘어서 중국과 타이완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관광객이 많이 찾으면 관광 수입도 늘고 여러 좋은 점이 있지만 반대로 교통 혼잡, 쓰레기, 주민 불편 같은 문제도 커지죠.
그래서 관광객이 내는 출국세 같은 세금을 공항, 도로, 문화재 관리 같은 관광 인프라 유지비로 쓰겠다는 겁니다.
또, 최근에 비자 발급 시스템과 보안 비용도 늘었고요.
여기에 면세 제도 악용까지 생기면서 '이참에 제도 전반을 손보자'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앵커>
하긴 장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거기 사는 사람들은 불만이 많을 수 있겠네요.
<기자>
단기 여행객은 줄어들지만 대신 관광 공해를 줄이면서 관광의 질, 체류의 질을 높인다는 전략이 될 수 있겠습니다.
출국세나 비자 수수료가 오르면 일본을 짧게 다녀오는 인근 국가 관광객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주말에 잠깐 가자'는 식의 여행 수요는 줄어들 겁니다.
그래서 일본 내부에서도 '관광객이 줄어드는 거 아니냐' 우려가 나오지만, 일본 정부는 세제 개편과 행정 조치를 통해 관광 공해를 완화하겠다는 겁니다.
즉, 출국세 등 세금을 환경 정비나 교통 개선에 써서 장기적으로는 여행의 질을 높이려는 계산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인데요.
K-컬처 영향으로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이미 서울, 부산, 제주 같은 지역은 숙박난, 교통난, 쓰레기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숙박세나 관광세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