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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국에 핵 미사일을?…'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세 번의 돌림노래 [스프]

[주즐레]

주즐레
(SBS 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미국으로 출처 불명의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이 발사된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출근한 워킹맘 올리비아 워커(레베카 퍼거슨) 대령은 백악관 상황실에서 이 사안을 확인하고 대통령, 장관 등을 연결한 긴급 화상 회의를 연다. 미사일의 발원지는 미확인 상태이며 발사 방향으로 미뤄봤을 때 북한, 러시아, 중국 혹은 다자간 공격 가능성도 열려있다.

일촉즉발의 위기에 국제 정세는 요동친다. 미국은 국민이 희생당하는 참극을 막아야 하지만 지정학으로 엮인 국가 간 이해관계가 충돌해 어떠한 판단도, 결정도 쉽지 않다. 이미 발사된 미사일이 목적지인 시카고에 당도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20여 분 남짓. 안보 보좌관은,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은 이 상황을 막을 수 있을까.

팍스 아메리카나의 종말과 신냉전의 대두로 국가 간 힘겨루기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2025년,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의 설정은 실감 나는 공포로 다가온다. 영화는 백악관의 대응을 다각도로 비추며 다이너마이트 심지가 타들어 갈 때 느낄 법한 긴장감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영화는 총 3막 구조로 돼 있다. ▲ 1막은 기울기가 완만해진다, ▲ 2막은 총알로 총알 맞추기, ▲ 3막은 다이너마이트로 가득 찬 집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런데 사건의 발생과 초기 대응을 다룬 1막이 지나가면, 또다시 같은 상황과 동일한 대사가 등장한다. 2막을 지나 3막 역시 마찬가지다. 동일한 시간대지만 카메라가 비추는 장소와 시점만 다르다.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의 연출적 개성은 하나의 사건을 세 개의 시점으로 보여준다는 데 있다. 일찍이 일본의 영화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라쇼몽'(1950)에서 사용하며 유명해진 연출 방식이다. 일촉즉발의 순간을 다룬 정치 스릴러물에서 이 구조를 선택한 감독의 전략은 성공했을까.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라쇼몽 효과' 있다? 없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인물에 따라 서로 다른 입장을 띠는 '라쇼몽 구조'는 관찰자일 수밖에 없는 관객에게 사건을 다각도로 보는 재미를 선사하며 '모호한 진실'을 능동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이런 이야기 구조를 택한 영화에서 중요한 건 사건의 결말이 아니다. 결과보다는 과정, 그 상황에 직면한 인물의 선택과 내면의 갈등이 곧 영화의 텐션이고, 서스펜스가 된다.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의 핵심은 미사일 공격을 받은 미국의 대응과 선택이다. 9.11 테러의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미국에게 주요 도시 중 하나인 시카고가 통째로 날아갈 법한 규모의 ICBM 공격을 받는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사실적이고 차가운 연출로 유명한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은 이 가정을 총성 한 방, 포탄 한 방 쏘지 않고도 진짜 같은 공포로 재현해 냈다.

세 시점이 펼쳐지는 주요한 공간은 워커 대위(레베카 퍼거슨)와 상임 국장 마크 밀러 장군(제이슨 클라크)이 관할하는 백악관 상황실, 브래디 장군(트레이시 레츠)이 이끄는 전략 사령부, 제49대 미사일 방어 대대 곤잘레스 소령(앤서니 라모스)이 근무하고 있는 알래스카 미군 기지, 포투스 대통령(이드리스 엘바)의 동선인 여자 어린이 농구장과 대통령 전용기 안이다.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역사나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음에도, 이 같은 사건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몰입감과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한다. 라쇼몽 구조의 반복과 중첩이 가지는 한계는 리드미컬한 편집과 핸드헬드에 가까운 촬영 그리고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음향과 음악으로 보완한다.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돌림노래를 세 번이나 불렀는데 결말이 없다니
미국을 이끄는 각 분야의 전문가이자 책임자들이지만 실제 상황 앞에선 누구도 섣불리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최고 결정권자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안보 보좌관들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확인하고, 러시아의 동향을 파악하면서 잘못된 정보를 확인하기도 하고 확신할 수 없는 약속의 수락 여부를 고민하게 된다.

이처럼 영화는 최선의 선택을 위해 중지를 모으는 이어달리기와 같은 전개를 보여준다.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영화가 전진하지 않고 제자리만 도는 팽이처럼 여겨진다는 데 있다.

1부부터 거두절미하고 사건을 등장시킨 속도감 있는 전개는 2부 중반을 지나 3부에 이르면 지지부진해진다는 인상을 준다.

그도 그럴 것이, 2부부터 개개인의 사연이 머리를 들며 드라마를 보강한다.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작품으로는 다소 낯선 전개다. 테러는 당연하다고 여겼던 일상의 파괴이며, 그 피해의 범위에는 내 가족도 포함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놀라운 건 이 영화에는 결말이 없다. 미사일은 영화 시작과 함께 발사됐는데, 최초 경로대로 시카고에 떨어졌는지 경로를 이탈해 불시착했는지를 보여주지 않은 채 막을 내린다.

관객으로선 사건의 발생만 있고 매조지가 없다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또한 보기에 따라선 기·승·전만 있고 결이 없는 불완전한 영화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캐서린 비글로우의 연출은 성공인가 실패인가
미국은 매년 국방비에 천조 이상을 써 '천조국'(千兆國)으로 불리는 나라다. '다이너마이트로 만든 집'이라는 영화 제목 역시 이 같은 미국의 단면을 빗댄 표현이다. 핵을 가진 나라가 공격을 해온다면 더 큰 보복을 감행할 힘과 자본이 있는 나라다.

3막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미사일 방어 대대가 시카고로 날아오는 미사일 요격에 실패하고 착탄까지 1분도 안 남은 상황, 포투스 대통령은 보복 공격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에어포스 원에 동석하고 있던 리브스 중령은 대통령에게 두꺼운 책자 한 권을 건넨다. 그 책엔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이 리스트업 돼있다. 대통령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식당 메뉴판 같군요"라고 말한다. 미사일을 체크해 지시만 하면 국면은 전환되겠지만, 이는 곧 세계 전쟁을 의미한다. 게다가 미사일의 발사국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엄청난 오판을 감수해야 하는 선택이다. 대통령은 그 짧은 순간에 고민을 거듭한다. 슈팅 버튼에 담긴 무게와 파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이처럼 영화는 '미국에 미사일이 발사됐다'는 설정 하나만 던져두고 이해관계에 얽힌 이들의 고뇌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이 무시무시한 가정이 유발하는 현실 공포와 긴장감은 뉴스의 그것과 견줄 만하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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