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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인가? 쏠림인가?…'반도체 착시'의 그림자 [스프]

[이브닝 브리핑] K반도체 훈풍에도 커지는 양극화 우려


이브닝브리핑
오늘(11일) 주식시장에선 코스피가 이틀 연속 반등하며 거품론에 흔들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습니다. 때맞춰 나온 정부의 '배당소득 분리과세율 완화' 메시지도 호재였습니다. SK하이닉스는 '62만닉스' 명함을 또 찍었고, 삼성전자는 다시 '10만전자'로 안착했습니다. 반도체 산업이 한국 경제의 수출과 투자를 이끌고 있습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이 26%에, 두 기업의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31%까지 커졌습니다. 2025년 한국 경제를 반도체가 '주도'하면서도, 과도하게 '쏠려있다'는 걱정도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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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10곳이 3분기 수출 40%, 비중 최대
올해 3분기 수출액은 1천850억 달러(270조 원)로 전년보다 6.5% 늘었습니다. 2분기 연속 증가세였습니다. 한미 관세협상이 결론을 내지 못한 시점인데도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효과가 컸습니다. 반도체가 중심인 자본재 수출액이 11.2% 늘어난 1천110억 달러였는데, SK하이닉스의 수출액 비중이 8.4%로 전년 동기 6%에서 더 늘었습니다. AI산업 호황에 따라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출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 2분기에도 전년보다 17% 가까이 늘었는데, 올해는 11월 중에 지난해 기록한 최대실적(1천419억 달러)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도체 부품과 장비 수출도 늘면서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들의 수출도 전체적으로 늘었습니다. 문제는 '집중도'입니다.

상위 10개 대기업, 그러니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차, LG전자, LG화학,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포스코, 현대모비스의 수출액이 740억 달러로 전체의 40%나 됩니다. 이른바 '무역집중도'가 전년보다 2.6% 포인트 더 늘면서 역대 최대치입니다.
통계상 국내 수출 기업 수는 6만9808 곳인데, 이중 0.014%인 10곳이 수출의 40%를 담당한다는 뜻입니다. 철강과 자동차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반도체라는 뚜렷한 주도산업이 있는 것이 미국이 촉발한 글로벌 무역전쟁 속에도 실적을 유지하는 배경이지만, AI산업의 호황이 자칫 꺾일 경우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고, 대기업 중심의 성장이 산업과 민생 전반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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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피' 돌파에도 절반은 하락..대형주 '쏠림'
지난 10월 한 달 동안의 수출 통계에서도, 반도체 수출은 25% 이상 늘어난 157억 달러로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했습니다. 15개 주력 수출품목 중에 선박과 컴퓨터, 석유제품을 뺀 11개 업종은 수출이 감소했습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통계청의 9월 산업활동동향입니다. 전산업생산지수가 9월보다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19%나 급증한 반도체 생산이 아니었으면 지표가 마이너스를 면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런 상황은 주식시장으로 이어집니다. 코스피 시가총액 약 3천3백조 원에서 '반도체 투톱' 기업의 시총은 1천조 원대로 늘어나 29~31% 비중을 오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19%, SK하이닉스는 11%선의 비중인데, 코스피 3천 돌파 이후로 4천 포인트로 오르는 과정에서 두 기업의 시총 증가액은 427조 원대로 전체 증가액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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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대형주 주가 상승에 소외된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한 증권사가 분석해 보니 10월 30일 기준으로 계좌를 보유한 고객 240만 명 중에 54%인 131만 명 정도가 오히려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월 이후 강세장에서도 상승 종목 비율은 50% 정도로 하락한 종목이 절반에 달했습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대형주 투자자가 아니라면 주가 상승효과를 체감하기 힘들었다는 겁니다. 실제로 증권사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아니었다면 현재는 코스피는 3천200~3천300 정도의 지수에 머물렀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심상치 않은 청년실업..빈익빈 부익부
국토교통부의 통계를 보면, 주택 임대 시장에서 '월세' 임대의 비율이 최근 62%를 넘었습니다. 2021년 41.7%에서 20% 포인트 넘게 증가했습니다. 소득 중 주거비가 과도하게 지출되니 자산 형성은 더 어려워 특히 청년층에게는 큰 부담을 줍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호전되는 추세였던 청년 실업률은 올해 들어 악화하고 있습니다. KDI는 수년 동안 정부의 공식통계 실업률이 안정된 것은 일할 의사는 있지만 구직을 포기한 청년층 비중이 크게 늘면서 나타난 통계적 착시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구직 활동을 포기했을 뿐인 잠재적 구직자를 포함한 '체감 청년 실업률'은 3분기에 15%를 넘어 실제 통계보다 훨씬 악화한 것으로 나타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장기화한 내수 부진으로 제조업, 숙박·음식점업, 건설 등 20대 채용 비중이 높은 업종이 어려워졌고, 상당수 기업들이 경력이나 수시채용 방식을 늘리는 것이 요인입니다. 특히 확산하는 AI적용이 청년 고용에 더 큰 먹구름을 드리운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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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통계청의 8월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정규직 근로자가 856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만 명 늘어, 20여 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정규직 근로자는 1천384만 명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비정규직은 정규직 임금의 53.6%를 받고 있습니다. 월평균 임금 격차는 180만 8천 원으로 5년 새 29만 원이 늘었습니다.

주가 상승세 속에 수출도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 경기의 분위기는 다르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3분기 민간소비는 1.3% 증가했지만 정부의 민생지원금이 지급된 7월에 소매 판매가 2.7% 늘었고, 8월과 9월에는 각각 2.4%, 0.1% 줄었습니다. 코스피 4천 포인트의 흥분에도 자산과 소득 양극화가 심화하는 흐름을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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