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일부 바이오테크 기업들이 비밀리에 금지된 '유전자 조작 아기'를 만들려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문제의 기업은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스타트업 '프리벤티브'로,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와 그의 동성 파트너 올리버 멀헤린,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공동 창립자 겸 CEO인 브라이언 암스트롱 등도 투자한 회사라고 WSJ은 전했습니다.
WSJ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이 회사 임원들이 유전 질환을 가진 한 부부가 이 시도에 참여하는 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 루커스 해링턴 CEO는 한 부부와 배아 편집을 하고 있다는 얘기는 완전한 허구라고 반박했습니다.
또 이 회사는 성명에서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으로 나아가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현재 허용된 유전자 편집 기술은 출생 이후 치료를 위해 DNA를 절단·편집·삽입하는 것입니다.
정자나 난자, 배아 단계에서 유전자를 편집하는 일은 훨씬 더 논쟁적이고, 과학자들은 윤리적·과학적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전 세계적인 연구 유예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다른 많은 국가에선 배아의 유전자를 편집해 아기를 만드는 것이 금지돼 있습니다.
하지만 프리벤티브가 아랍에미리트(UAE) 등 배아 편집이 허용되는 곳에서 이를 실험하는 방안을 추진해온 정황이 담긴 서신을 확보했다고 WSJ은 보도했습니다.
프리벤티브에 투자한 올트먼의 동성 파트너 멀헤린은 자신이 투자를 주도했다며 "사람들이 질병을 피하도록 돕는 연구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WSJ은 전했습니다.
그는 "내 모든 일, 그리고 대의에 대해 그렇듯 샘(올트먼)도 이를 지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들의 투자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편집된 배아에서 아기가 태어난 사례는 1건뿐입니다.
중국의 과학자 허젠쿠이는 2018년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면역력을 갖도록 유전자를 편집한 아이 세 명을 만들었다고 발표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허젠쿠이는 이런 불법 의료 행위로 3년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세 아이의 신원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이 건강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은 '다유전자 스크리닝' 도구를 이미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는 편집이 아닌 '선택'을 통해 더 나은 유전 조합을 찾는 것입니다.
배아에서 DNA를 추출한 뒤 이를 통계적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아이가 가질 특성이나 질병의 가능성을 산출합니다.
WSJ에 따르면 '오키드', '지노믹 프리딕션' 등은 아이의 질병 가능성을 제공하고, '헤러사이트', '뉴클리어스 지노믹스' 같은 업체는 아이의 지능, 신장, 기타 특성을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들 기업은 코인베이스의 암스트롱 CEO와 벤처 투자자 피터 틸, 레딧의 공동 창업자 알렉시스 오해니언 등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암스트롱 CEO는 지난해 4월 '미래의 체외수정(IVF) 클리닉은 가타카 스택(기술의 집합체)으로 구동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엑스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유전적 우수성에 의해 직업과 사회적 지위가 부여되는 디스토피아 세계를 그린 1997년작 공상과학(SF) 영화 '가타카'를 언급한 것입니다.
그는 배아 편집과 유전자 스크리닝 기술이 인간의 진화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과학기술이 예측 불가능하고, 공공기관·정부 개입이나 토론 없이 민간 기업에 의해 인간 실험이 이뤄지는 시대를 열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우생학의 망령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의 피요도어 어노브는 "이들은 유전질환을 연구하는 게 아니다"라며 이들이 '아기 개량' 작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는 전 뉴럴링크 임원 시본 질리스와 사이에서 태어난 두 자녀의 배아를 평가하기 위해 오키드의 다유전자 스크리닝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IVF샌터의 수석 내과의 마셀 세다스는 "테크 업계 사람들은 자기 인생의 많은 것을 통제한다. 이는 마치 '내가 완벽한 아이를 가지면 왜 안 되지?' 하는 것과 같다"며 "하지만 아이들은 타고 난 채 태어나며 이를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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