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해안에 밀려드는 '차' 봉지 마약에 불안…제주 유통거점 되나

해안에 밀려드는 '차' 봉지 마약에 불안…제주 유통거점 되나
▲ 애월읍 해안가에서 발견된 우롱차 위장 마약

제주도 해안에서 '차'(茶) 봉지로 위장한 마약이 연이어 발견되면서 도민 사회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제주는 올해 상반기에만 작년의 2배 가까이 많은 마약사범이 검거되는 등 더이상 마약 청정지역이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제주가 마약 유통의 거점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경찰과 검찰, 세관 등 수사기관 간 공조를 통한 강력한 단속과 수사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지난 4일 오후 4시 40분 제주시 조천읍 해안가 갯바위에서 낚시객이 마약 의심 물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신고한 낚시객은 "바다에서 떠밀려온 중국산 차 봉지를 발견해 안을 뜯어보니 하얀색 결정체가 들어있는 것을 보고 마약을 의심해 신고했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해당 물체는 중국산 유명 우롱차 상표로 포장돼 있었으며, 간이 시약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경찰은 케타민 1㎏인 것으로 보고 수사에 돌입했습니다.

낚시객이 바로 마약인 것을 의심한 데는 최근 제주 해안에서 연이어 '차'(茶) 봉지로 위장한 마약이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지난 9월 말부터 현재까지 제주시 제주항·애월읍·조천읍 해안가와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해변 등 5차례에 걸쳐 '차'(茶) 봉지로 위장한 마약이 발견됐습니다.

발견된 양은 총 케타민 24㎏에 달합니다.

통상 1회 투여량 0.03g 기준 8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입니다.

많은 양의 마약이 최근 제주 해안가에서 연이어 발견되자 제주가 주민과 관광객 누구라도 손쉽게 마약을 소비할 수 있는 유통 창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올해 상반기 제주에서 검거된 마약사범은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마약 범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국제선 노선이 재개되면서 전국적으로 국제 마약 밀수조직의 마약 밀반입 사례가 증가하고 동시에 제주국제공항을 통한 우회 밀반입 사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4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을 몰래 들여와 국내 유통하려 한 30대 중국인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해당 중국인 남성은 지난달 24일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차(茶) 봉지 등으로 위장한 필로폰 1.2㎏을 여행 가방에 넣어 몰래 들여온 뒤 사회관계망(SNS)에 고액 아르바이트 광고글을 올려 서울까지 물건을 옮겨줄 한국인 전달자를 물색했습니다.

하지만 일당 30만 원을 받고 중국인으로부터 물건을 받은 20대 한국인은 폭발물이 든 것으로 의심, 인근 함덕파출소에 신고하면서 범행이 발각됐습니다.

또 텔레그램 등을 통해 제주도내 호텔과 주거지 등에서 마약류를 투약한 유흥업소 업주와 종업원, 판매책 등이 연이어 경찰에 검거되는 등 제주는 더는 마약 청정지대는 아닙니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3∼6월 상반기 검거된 마약사범은 6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2명) 보다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2021∼2024년 4년간 마약류 종류별로는 향정신성의약품(필로폰, 합성대마, 케타민 등) 사범이 325명(79.07%)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대마(대마초, 해시시오일 등) 61명(14.84%), 마약(양귀비, 코카인, 펜타닐 등) 25명(6.08%)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또 다시 제주 해안에서 발견된 마약류 의심 물체

국내에 반입돼 유통되는 마약은 그 수법이 더욱 은밀하고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와인병에 원료물질을 숨겨 국내에 몰려 들여와 액체 형태로 담겨 있던 원료물질을 가공해 유통되기도 하고 젤리, 사탕, 음료, 초콜릿 등 다양한 형태로 가공·제조되기도 합니다.

현행 법령에서 마약류는 향정신성의약품(향정)과 대마, 마약 등 크게 세 종류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향정신성의약품은 오남용하면 인체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는 약물 또는 물질로, 환각제와 각성제, 진정제 등으로 세분류됩니다.

여기엔 필로폰으로 알려진 메스암페타민, '클럽 마약'이라 불리는 케타민, LSD, 졸피뎀, 프로포폴 등이 포함됩니다.

대마류로는 대마초, 대마수지, 대마오일 등이 있습니다.

마약은 양귀비, 아편, 코카인 등 전통적인 마약을 말합니다.

고광언 제주중독예방교육원장은 "최근 대마 등 마약이 젤리·초콜릿 등 여러 기호품 형태로 제조·유통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제주가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고,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이 유리해 아시아 마약 유통의 거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해경과 경찰, 검찰, 세관 등 수사기관들이 공조하지 않으면 수사는 더딜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최근 '차'(茶) 봉지로 위장한 마약이 해안가에서 연이어 발견되자 제주도와 경찰 등 관계기관은 7일 마약 대책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제주경찰청과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제주도청, 제주세관, 국정원 등은 회의를 통해 공조체계 강화 및 대응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이들 기관은 해안가 마약류 발견 현황 및 진행 상황 공유, 관계기관 간 정보공유 및 합동 대응체계 구축방안, 해안가 수색과 전단지 배포 등 예방·홍보 활동 등을 긴밀히 협조하기로 협의했습니다.

제주경찰과 제주해경, 제주도청 등 관계기관은 합동으로 조만간 도내 해안가 일대에서 대대적인 마약류 수색 작업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제주해경청 관계자는 "이번 회의를 통해 관계기관 간 신속하고 유기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해상과 해안가 수색을 강화하는 등 도민 안전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해안가에서 의심 물체를 발견하면 접촉하지 말고 즉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사진=제주지방해양경찰청 제공,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