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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찾는 사람, 아마르입니다' 뮤지컬 '빨래'의 시작 이야기 [스프]

[더 골라듣는 뉴스룸] 연출가 추민주, 배우 서나영

뮤지컬 '빨래' (사진 : (주)씨에이치수박)
20년째 사랑받고 있는 창작뮤지컬의 대표작 '빨래'는 어떻게 태어났을까요? 한예종 졸업작품으로 '빨래'를 쓰고 연출한 추민주 씨와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 서나영 씨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학교 근처 옥탑방, 외국인 노동자 농성장, 솔롱고 캐릭터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 몽골 노동자와의 만남, 주인공이 서울살이 고단함을 호소하는 대목에 모두가 눈물바다가 되어버렸던 기억까지, '빨래'는 어떻게 탄생했고 왜 오랫동안 사랑받았는지 들어봅니다.
 

김수현 기자 : 서나영 씨는 맨 처음에 나영이로 거의 산파 같은 역할을 하시고 그다음에 출연하실 때는 다른 역할을.

서나영 배우 : 네, 희정 엄마 했어요. 5차 때.

김수현 기자 : 5차가 몇 년 뒤예요? (2009년입니다.) 맨 처음 졸업 작품 하셨던 게 2003년이에요? (네. 2003년 12월.) 2003년에 하셨으니까 지금 20주년이라고 하는 건, 상업 공연으로 본격적으로 나갔을 때를 1차로 생각해서 그건 0차 공연. 학교 공연에서 반응이 좋았어요?

서나영 배우 : 좋았어요. 어떻게 반응이 올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했었는데 애들이 너무 울어서, 보고 나와서 눈이 부어서 '이렇게 사람을 울리면 어떡해' 이러면서 갔었어요.

김수현 기자 : 그렇게 울 거라고 생각하셨어요?

서나영 배우 : 저는 생각을 못 했는데 그 당시에 20대 여자를 주인공으로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하는 뮤지컬이 없었거든요. 그런 지점이 공감을 얻어낸 거예요.

김수현 기자 : 쓰신 분이 경험했던 게 바탕이 돼 있으니까 얼마나 더 생생하게 왔겠어요? 연기하신 분들도 다 비슷한...

서나영 배우 : 네, 맞아요.

김수현 기자 : 탄생 비화는 그 정도로. (웃음)

추민주 연출가 : 이주 노동자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싶은데요. 당시 2003년도에 기존의 제도가 등록제로 바뀌면서 한국에 있던 연수 기한이 지난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제도에 맞게 돌아와야 돼서 대혼란의 시기였어요. 덕수궁 옆에 있는 성공회 성당에서 이주 노동자들이 집회를 했었어요. 배우들과 천막 농성장에 가서 이야기도 듣고, 같이 마당극을 했어요.

모둠으로 찢어져서 각 모둠의 이야기를 듣고 같이 연극을 만들어서 발표하고,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삶에 다가가려고 친구들과 같이 노력했었고 많은 이야기를 전해 들었고. 공연화하는 데 얼마큼 반영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이게 공연을 만들어 가는, 사람을 만나가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했었고요.

그때 만났던 친구들이 나중에 인권 운동가로 활약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졸업 공연 끝내고 연말에 한 번 더 성공회 성당에서 공연을 하자. 이주 노동자들이 보는 앞에서 하자' 했었는데, 불법 노동자들을 정부에서 강경하게 잡아가던 시절이어서 갑자기 공연이 무산되었던 기억이 있어요. 팟캐스트 출연을 계기로 예전 일기를 뒤져보니 '무산이 됐다. 우리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는데' 이런 게 있더라고요. 친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김수현 기자 : 외국인 노동자가 주인공인 작품도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추민주 연출가 : 네. 같이 어울려서 살고 있다는 걸 그전에는 눈치채지 못했는데, 제가 학생이면서 동시에 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가다 보니 저 역시 노동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방을 구하는데 방이 좀 형편없었어요. '도대체 이런 집에 누가 살아요?' 물어봤더니 부동산 아저씨가 '노동자가 살지'라고. 노동자가 어때서? 노동자니까 이런 후진 방에서 살아야 되나? 그 대답이 너무 충격이었어요. 그런 시절이었어요.

그때 나도 노동자고 저 사람도 노동자라는 생각이... 노동자라는 단어가 깊게 왔었고, '저 사람과 내가 서울에서 같이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게 눈에 들어왔었죠.

김수현 기자 : 솔롱고라는 이름은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으신 거예요?

추민주 연출가 : 처음에 제가 만났던 옆집 총각들은 방글라데시에서 온 친구들이었는데, 작품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한 솔롱고는 몽골에서 왔잖아요. 그때 읽었던 박노자 씨가 쓴 책에서 몽골에서 온 아저씨가 운영하는 세탁소에 관한 짧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읽고 몽골의 푸른 초원을 생각하면서 '힘들 때 쉬고 싶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곳에서 온 사람은 어떨까. 나영이는 반지하에서 살고 빨래를 널기 위해 옥상에 올라갈 때 푸른 하늘을 보면서 숨을 쉬는데, 그런 마음에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했을 때, 제가 읽었던 수필에서 만난 인물이 영향을 줬어요.

이름을 지을 때 몽골 단어 여러 개를 찾아보다가 '이거다'. 꿈을 쫓아온 사람이라는, '무지개'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가 좋았어요. 몽골 친구들이 있는 다음 카페에 '몽골 사람들은 빨래를 어디다 널어요?'부터 여러 가지 질문을 써서 '궁금한 게 많은데 나랑 만나서 이야기 좀 해줄 수 있는 분 없냐'고 글을 남겼는데 답장이 딱 왔어요. '당신이 찾고 있는 사람, 아마르입니다' 그러면서 자기 전화번호를 딱 주더라고요. 문장이 너무 설레는 거예요.

그때 주인공을 하던 민준호 연출과 같이 만나러 갔어요. 그러면서 친구가 돼서 몽골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도 듣고, 여기 와서 살면서 느꼈던 것... 저한테 그런 말을 했어요. 여러 사람들을 만났지만 젊은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건 처음이라고. 일하는 현장에는 나이가 좀 있는 아저씨들이 많고, 밥집에 가면 나이가 있는 분들이 계시니까. 그래서 그런 말들이 대본이나 노래 가사에 많이 들어가게 되죠.

그 친구는 몽골로 다시 돌아갔다가 결혼해서 애 낳고 사는데, 제가 2013년에 몽골에 한번 놀러 가서 만난 적이 있어요. 최근 아이가 아파서 서울에 오게 돼서 다시 만나고, 지금까지 좋은 친구로 남아 있습니다.
뮤지컬 빨래 사진 : (주)씨에이치수박

김수현 기자 : '빨래' 보고 뭐라고 했나요?

추민주 연출가 : 처음 2013년도에 몽골에 갈 때 프로그램을 가지고 갔거든요. 너무 자랑스러워하죠. 최근 아들과 딸을 데리고 왔었는데, 지금 출연하고 있는 솔롱고 역의 배우들과 같이 밥 먹으면서, 아들과 솔롱고 역할의 배우가 서로 인스타그램 주소 주고받으면서 (웃음) 궁금한 것들 물어보고 하는데, '시간이 이렇게 지났구나' 뿌듯했어요. 

김수현 기자 : 처음 0차 프로덕션 때 하셨던 분들은 연출을 하고 계시는 경우가 많다고요. 홍광호 씨도 출연했었고 임창정 씨도 출연한 적이 있고 정문성 씨도 출연했었고. 몇 번 하셨는지는 기억나세요? 

서나영 배우 : 매번 세고 있어요. 6,560... 넘었어요. 

김수현 기자 : 그럼 지금까지 본 사람들이 130만 정도.

추민주 연출가 : 네, 그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김수현 기자 : 이렇게까지 사랑받은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지금 생각해 보니까 '이런 걸 좋아한 것 같아'.

추민주 연출가 : 졸업 공연을 마치고 친구들이 이걸 포트폴리오로 만들어서 제작사를 찾아가 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는 제가 직업이 연출이 될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뭘 자꾸 해보라고 '빨래'를 통해서 권하더라고요. '이걸로 누구를 찾아가 봐라. 이걸로 뭘 해봐라. 이걸로 내가 출연하고 싶다.
이걸로 내가 제작하고 싶다.'

예를 들면 '나는 공연하는 동료가 필요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이런 작품을 같이 만들어 보고 싶어. 출연하고 싶다'. 저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 작품을 계속하고 싶다는 사람이 끊임없이 나타나더라고요.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같이 해보자고 이야기하는 것이 저한테는 큰 원동력이 됐고, 현재 이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공연 제작사 씨에이치수박의 대표가 제 연극원 동기고요. 처음에는 그 친구는 무대 미술가고 전 연출가여서 졸업 프로덕션에서 만나서 지금까지 같이 와서.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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