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북한은 국경을 차단하고 국제사회의 백신 지원을 지속적으로 거부했습니다.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봉쇄 정책을 편 이유는 뭘까?
고려대 연구팀이 노동신문에 실렸던 보건의료 기사 6천9백여 건을 '텍스트 마이닝' 기법으로 분석했습니다.
주제별로 들여다보니, 국외 감염 병 동향에 대한 기사가 3천4백 건으로 가장 많았고 방역 관련 기사 1천4백여 건, 다음이 생산·연구 관련 기사, 치료나 미담 관련 기사 순이었습니다.
연구진은 노동신문이 다른 나라의 확진자나 사망자 수를 집중적으로 보도한 배경엔, 북한 주민에게 공포를 새기고 국가의 통제를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한준희/고려대 한반도보건사회연구소 연구원 : 외부세계와 북한 내부를 비교함으로써 국내의 어떤 방역에 대한 성과라든가 아니면 체제 결속이라든가, 이런 부 분을 많이 강조하는.]
방역 사업을 강조하는 기사들에선 북한 주민의 일상적 행동을 세밀히 규율하려는 의도가, 치료와 미담 중심의 보도에선 김정은을 '인민을 돌보는 목자'로 묘사함으로써 정서적 복종을 이끌어내려는 목적이 있다고 평가됐습니다.
북한의 방역은 단순히 감염병 극복 시도를 넘어, 생명을 통제하고 충성을 강화하는 '정치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연구팀은 특히 북한이 백신 지원을 거부한 것도 이러한 '생명권력의 독점'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적인 선택이라고 봤습니다.
[한준희/고려대 한반도보건사회연구소 연구원 : (북한) 인민들의 생명에 대한 권력을 독점적으로 행사해야 했기 때문에. 다시 말해서 외부의 원조를 통해 이 코로나19라는 위기가 극복되면 이것은 김정은이 독점할 수가 없잖아요.]
북한은 팬데믹 이후, 현대식 지방 병원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연구진은 이 사업 역시 김정은이 독점한 '생명 권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미국에서 진행된 공중보건학회 연례회의에서 발표돼 관심을 받았습니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취재 : 최고운, 영상편집 : 윤태호,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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