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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대는 원정도박, MZ조폭은 스캠…음지 찾아 캄보디아로

구세대는 원정도박, MZ조폭은 스캠…음지 찾아 캄보디아로
▲ 캄보디아에서 송환된 한국인 구금자

캄보디아 사태를 계기로 10여 년 전부터 이곳에 활발히 진출해온 국내 조직폭력배들의 생태계가 일부 드러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캄보디아 범죄단지와 관련된 국내 조직을 먼저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최근 언론 취재를 종합하면 그동안 캄보디아를 거쳐 간 국내 폭력조직으로 서울 신림이글스파·영등포파, 안양 타이거파, 군산 백학관파, 나주 영산파, 대구 향촌구파, 포항 사보이파 등이 꼽힙니다.

이들은 캄보디아에서 주로 카지노 원정도박장이나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수는 1980∼1990년대 전국 3대 조폭으로 꼽혔던 김태촌(2013년 사망)이 만든 '범서방파'의 후신으로 전해졌습니다.

2010년대 초·중반부터 지역 경제기반이 열악한 호남 출신 조폭들이 캄보디아에서 큰 수익을 거두는 모습을 보고 다른 지역의 조직들이 뒤따라왔다는 설명입니다.

국내 경찰의 삼엄한 감시 속 갈수록 치열해지는 이권 다툼도 조폭들의 캄보디아행을 부추겼습니다.

포항 사보이파의 경우 2017년 경쟁 조직과의 세력 싸움과 회칼까지 동원된 보복폭력 등이 본격화되며 조직원 다수가 캄보디아로 향했다고 합니다.

당초 동남아에 진출한 조폭들은 마카오·필리핀·캄보디아·베트남 등 국가별로 영역을 정해 '나눠 먹기'를 꾀했으나, 2015년 검찰의 기업인 원정도박 수사로 일부 조직이 무너지는 등 생태계가 '교란'되며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그러면서 1%도 되지 않는 낮은 세율을 내세운 캄보디아의 카지노가 가장 인기 있는 사업이 됐다고 합니다.

수년 전 10만 달러였던 캄보디아 카지노 운영권의 가격은 껑충 뛰어올라 현재는 40만∼50만 달러에 달합니다.

현재 '해변 휴양지' 시아누크빌 시내도 호화 카지노로 가득합니다.

교민 A 씨는 "시아누크빌에서 카지노 운영 허가를 받은 업소만 120곳이 넘는다"며 "도박으로 무리하게 빚을 졌다가 갚지 못해 감금된 한국인들이 구조 요청을 한다"고 전했습니다.

A 씨는 "요즘에는 아예 건물에서 한 층을 특정 국가의 조직들에게 임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코로나19 이후에는 이런 곳에서 '아바타 카지노'를 운영하며 한국 이용자에게 돈을 끌어온다"고 귀띔했습니다.

아바타 카지노란 현지 카지노를 생중계해 국내 이용자들이 영상을 보면서 '대리 게임'을 하는 아바타를 통해 판돈을 걸 수 있는 원격 도박장입니다.

유튜브에서도 '캄보디아'를 검색해보면
30여 개의 카지노 방송이 생중계 중입니다.

2020년대 중반부터는 한국 경찰의 단속을 피해 이른바 'MZ 조폭'들이 본격적으로 캄보디아에 넘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구세대 조폭들과 달리 '○○파 식구'를 자처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이들은 삼합회 등 중국계 조직과 손잡고 보이스피싱과 로맨스스캠, 대포통장 유통 등에 필요한 한국인을 데려오거나 업무를 대행해 수익을 챙겨왔습니다.

국내 불법 사금융 조직과 연결돼 궁지에 몰린 청년들을 캄보디아 범죄시장에 공급하기도 합니다.

지난 6월 대부업자에게 이끌려 캄보디아에 갈 뻔했다는 30대 B 씨는 "돈을 못 갚으니 당장 들은 말이 '캄보디아에서 몸으로 때우라'는 것이었다"며 "대포통장 명의자가 돼 공항까지 갔다가 돈을 겨우 갚고 나서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한국 경찰도 캄보디아의 대규모 스캠 조직 총책으로 조폭 출신 30대 한국인 남성을 지목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총책 부부가 캄보디아에 구금 중인 120억 원대 스캠에도 한국 조폭 20여 명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경찰이 캄보디아 상황을 주시하면서 세대를 막론하고 조직들이 급히 자금을 챙겨 캄보디아를 떠나는 '엑소더스'(대탈출) 정황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자주 찾는 현지 환전소에서는 "달러의 씨가 말랐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옵니다.

현지 교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캄보디아 범죄조직과 한국 조폭 간의 연결고리를 확실히 끊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과 명예교수는 "지금 상황은 단순한 해외 범죄가 아니라 국내 조직·중개자, 자금 흐름, 심지어 일부 현지권력과의 결탁 가능성까지 의심되는 복합형 범죄 양상"이라며 "국내 범죄단체와의 유착 관계를 철저히 수사하고 엄벌하는 등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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