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담판으로 불리는 미중 정상회담이 오늘 부산 김해공항 나래마루 의전실에서 열렸습니다. 반년 넘게 진행 중인 관세전쟁에 마침표가 찍힐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오늘 만남에 말 그대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만나서 헤어질 때까지 대략 2시간, 공식 회담은 1시간 40분 정도였는데, SBS를 비롯한 전 세계 대부분의 미디어가 Live로 두 사람의 말 한 마디, 몸짓과 표정, 회담장 주변 분위기를 쫓았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6년 4개월 만입니다. 트럼프 1기 때인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만났습니다. 공교롭게 두 정상의 회담은, 다자회담을 기회로 외국에서 이뤄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한국에 와서 그것도 세계적인 핫 이슈를 놓고 담판을 벌이는 모습이 약간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정확한 합의 내용과 남은 과제는 오늘과 내일 디테일이 전해지면서 명확해질 텐데, 일단 이 글에서는 회담의 특징적인 몇 장면과 속속 들어오고 있는 회담 결과에 대한 속보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나와 기다린 트럼프...다소 굳은 표정의 시진핑
한국 일정을 마치고 경주에 머물고 있었던 이유에서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장에 45분 먼저 도착했습니다. 사전 사진 촬영장에도 먼저 나와서 시진핑 주석을 기다리는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사진촬영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일종의 '스몰토크'를 하면서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시 주석의 등을 두드리기도 했고, 악수하면서 "(당신은) 매우 강경한 협상가. 그건 좋지 않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한국 협상단을 향해서도 비슷한 농담을 했었죠.
시진핑 주석은 가끔 옅은 미소를 보이긴 했지만 대체로 특유의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일관했습니다. 김해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회담장에 왔기 때문에 약간 피곤했던 것인지, 중요한 회담을 앞두고 분위기를 잡아가기 위해 굳은 표정을 연출한 것인지는 추정의 영역입니다. 농담까지 던지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시 주석은 사진촬영 내내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진 촬영이 끝나는 순간, 취재진이 "이번 회담에서 타이완 이슈를 다루게 되는지"라는 질문을 던졌지만 두 정상은 아무 대답 없이 회담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모두 발언...의례적 인사 vs 큰 배 동행론
공식 회담에 앞선 두 정상의 모두 발언에서 대조적인 모습은 더 뚜렷해졌습니다. 먼저 발언한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기품 있고 존경받는 중국 주석. 정말 오랜 기간 내 친구였던 이와 함께해 큰 영광"이라고 말했습니다. 시간도 짧았고, 특별할 것 없는 의례적인 인사말이었습니다.
반면 시진핑 주석은 '가다듬은 발언'을 준비해 왔습니다. "중미 관계라는 거대한 배를 안정적으로 항해시켜야 한다. 역풍과 도전에 직면한다고 해도 올바른 길을 향해 동일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는데, 일종의 '큰 배(미중) 동행론'을 폈습니다.
이어서 "미중 관계는 전반적으로 굉장히 안정세. 국가 상황이 항상 다르기 때문에 의견 차이가 있는 것은 불가피하며, 때로 마찰 빚는 것도 정상적인 것"이라고 했고, "중국의 발전과 부흥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MAGA 목표와 상충하지 않으며 양국은 공동으로 번영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 주 말레이시아 장관급 협의에서 기본적인 합의, 고무적인 진전을 거뒀다는 말로 오늘 회담이 긍정적으로 마무리돼야 한다는 취지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매우 기품 있고 존경받는 중국 주석.
정말 오랜 기간 내 친구였던 이와 함께해 큰 영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미중 관계는 전반적으로 안정세, 국가 간 의견차는 정상적인 것"
"중미 관계라는 거대한 배를 안정적으로 항해시켜야"
"매우 기품 있고 존경받는 중국 주석.
정말 오랜 기간 내 친구였던 이와 함께해 큰 영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미중 관계는 전반적으로 안정세, 국가 간 의견차는 정상적인 것"
"중미 관계라는 거대한 배를 안정적으로 항해시켜야"
대부분의 정상회담은 실무 협의의 결과를 추인하는 식으로 진행되기 마련입니다. 중국은 희토류 통제를 거둬들이고 미국은 추가 관세를 유예하는 선에서 미중 간 기본 합의가 이뤄졌다는 외신이 이미 전해진 상황이죠. 펜타닐 통제와 대두 수입 문제를 주고받았다는 소식도 나온 터입니다. 이를 확인하는 세리머니가 오늘 회담이라고 했을 때, 트럼프와 시진핑 두 정상의 스타일 차이가 드러나는 모두 발언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귓속말은 뭐였을까?
회담이 끝나고 두 정상이 헤어지는 장면 가운데 가장 눈에 띄었던 모습은 트럼프의 귓속말입니다. 나래마루 정문 앞에 선 두 정상은, 통역의 도움을 받아 짧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시작할 때 비해서 시진핑 주석의 표정은 조금 부드러워진 듯했습니다. 대화 도중 먼저 악수를 청한 쪽도 시 주석입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 쪽으로 몸을 기울여 귓속말을 했습니다. 계단 아래에 양국 통역이 줄곧 말을 옮기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트럼프의 귓속말을 시진핑 주석이 정확히 이해했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현재로선 통역 없이 전달될 수 있는 간단하고 명확한 뜻을 전달했을 걸로 추정될 뿐입니다.(외신을 통해 정확한 워딩이 알려진다면 다시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계단을 내려와 먼저 차에 오르는 시진핑 주석에게 한 차례 더 가까이 몸을 기울여 인사하기도 했습니다.
관세전쟁을 둘러싼 두 정상의 회담은, 사전에 협의된 대로 무난하게 마무리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귀국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원에서 진행한 약식 기자회견에서 "희토류는 전부 해결됐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 유예와 합성마약 펜타닐의 미국 유입 차단 협력에 동의했다."고 말했습니다. 그 대신 미국은 대중 관세를 낮추겠고 말했습니다. "즉시 적용"이라고 했습니다. 미중 관세전쟁의 마침표까지는 아니지만, 1년 유예라는 봉합이 이뤄졌음을 확인한 셈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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