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카이치 일본 총리(왼쪽)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취임 7일 만에 이뤄진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전 총리, 노벨평화상, 오타니 쇼헤이 등 '트럼프 맞춤형' 환대 카드를 총동원했습니다.
방위비 증액, 관세 합의에 따른 대미 투자 등과 관련해 미국의 압박을 받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심을 사고 친분을 구축하기 위해 각별히 공을 들이는 모습이 곳곳에서 노출됐습니다.
두 정상이 8분가량 늦게 회담장에 도착한 것과 관련해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잠시 메이저리그(MLB) 야구를 즐겼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진행 중이던 LA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 간 미국 월드시리즈 3차전 중계를 잠시 함께 시청하느라 늦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LA다저스에는 오타니,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 일본 출신 스타들이 소속돼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지난해 MLB 우승팀인 LA다저스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축하하는 행사에서 오타니에게 "영화배우 같다"며 사상 첫 50-50(홈런과 도루 각 50개 이상)의 대기록을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오타니로 대화의 물꼬를 연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를 매개로 친분을 다지며 강력한 유대 관계를 맺은 아베 전 총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 전 총리와의 오랜 우정에 감사하다"며 "그가 내게 당신(트럼프 대통령)의 역동적인 외교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다"고 말했습니다.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리는 2022년 7월 총격 사건으로 사망한 아베 전 총리의 정책 노선을 계승한 '아베 후계자'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골프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 금박 기술을 활용한 '황금 골프공'과 함께 아베 전 총리가 사용했던 골프 퍼터, 일본 골프 스타 마쓰야마 히데키가 사인한 골프가방 등을 선물했습니다.
두 정상은 '일본이 돌아왔다'(Japan is Back)라고 새겨진 검정 모자에도 나란히 사인했습니다.
아베 전 총리가 처음 사용한 문구로,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지난 선거전에서 사용했습니다.
아베 전 총리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을 맞추고 칭찬하며 극진히 대접하는 '오모테나시' 전략으로 각별한 관계를 맺었습니다.
오모테나시는 일본에서 손님을 성심성의껏 대접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일본 특유의 환대를 뜻합니다.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계획을 밝힌 것도 트럼프 대통령을 흡족하게 한 '선물'이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는 뜻을 직접 전할 예정이라고 일본 매체가 회담에 앞서 밝혔고, 백악관이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들어 전 세계에서 8개 전쟁이 자신의 중재로 종식됐다고 주장하면서 노벨평화상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지만 수상에는 실패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또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내년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 벚나무 250그루를 워싱턴 DC에 선물하고, 같은 날 일본 아키타현에서 제작한 불꽃으로 워싱턴 DC에서 불꽃놀이도 열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아키타현은 장인들이 만든 불꽃으로 매년 불꽃 축제를 개최합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동선을 안내하며 등에 손을 얹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가 첫 일본 여성 총리라는 점에 대해 "대단하다"고 말했고, "우리는 가장 강력한 수준의 동맹"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회담장 외부에는 미국 포드의 픽업트럭 F-150과 미국에서 생산된 도요타 자동차가 전시됐습니다.
일본 정부가 포드 F-150 트럭 100대를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보고 실감할 수 있도록 강조한 셈입니다.
회담 이후 이어진 오찬에서도 미국산 쌀로 만든 닭고기 리소토, 미국산 소고기로 만든 스테이크 등 트럼프 맞춤형 메뉴가 눈에 띄었습니다.
미국이 일본에 쌀 등 농산물 수입 확대를 요구해 온 가운데 이날 메뉴 선택이 주목할만하다고 BBC는 설명했습니다.
(사진=AP, 백악관 SNS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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