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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내놔" 편의점서 과도 들고 난동…경찰 찾아가니 '털썩' "배고파요"

지난 22일 새벽 2시 30분 청주시 오창읍 한 편의점, 50대 A 씨가 5만원 어치 식료품을 편의점 계산대에 내밀었습니다. 

그러면서 "배가 고프다. 내일 계산하면 안 되겠냐"고 했습니다.

직원이 이를 거절하자 옷 속에 숨겼던 과도로 위협하며 식료품이 든 봉투를 들고 그대로 달아났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3일 만인 지난 25일 아침 9시 35분 인근 원룸에서 A 씨를 붙잡았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도착했을 때 피골이 상접한 상태로 침대에 누워 있던 A 씨.

형사들이 일으켜 세우자 다시 그대로 주저앉을 정도로 쇠약한 상태였습니다. 

[김영태 / 충북 청원경찰서 형사4팀장 : 저희가 한 이틀 정도를 그 앞에서 이제 잠복을 했어요. 밤낮. 근데 불도 밤이든 낮이든 그 안에 불 한 번 켜진 적이 없었거든요. 사실은 그 전에 CCTV에도 건강해 보이지 않았고 좀 힘없고 좀 쇠약해 보였고. 그래서 이제 계속 잠복을 하다가 아, 안 되겠다. 차라리 안을 확인을 하는 게 낫겠다. 없거나 아니면 있으면 좀 상황이 안 좋을 수도 있겠다 건강이.]

방 안에는 쌀포대가 텅 비어 있었고, 훔친 식료품을 다 먹고 난 포장지만 나뒹굴고 있었다고 합니다. 

경찰은 A 씨에게 우선 죽을 사 먹이고 병원으로 데려가 사비로 영양 수액부터 맞게 했습니다.
 
가족들이 A 씨 인계를 거부해 계란, 햇반, 라면 등 식자재를 사서 A씨에게 주고 귀가시켰습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열흘을 굶어 이러다 죽겠다 싶었다. 사람을 해칠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조사 결과 A 씨는 일용직 노동자로 지난 7월 이후 일거리가 끊기면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린 걸로 드러났습니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은행 대출을 받았지만 대출 이자 연체로 통장까지 압류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이나 민생회복지원금같은 복지제도를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몰라 아예 신청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수사와는 별개로 A 씨를 행정복지센터로 데려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신청하도록 도왔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A 씨에게 준강도 혐의를 적용해 조만간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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