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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위협하는 피지컬 AI 시대 올까…프랑켄슈타인이 보여준 미래 [스프]

[트렌드 언박싱] (글 : 최화준 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 벤처/창업 겸임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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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 이전에 프랑켄슈타인이 있었다

프랑켄슈타인은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 '프랑켄슈타인' 속 주인공 이름이다. 소설을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대다수의 독자들은 프랑켄슈타인에 대해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우락부락하고 흉측한 얼굴에 인간을 대상으로 파괴를 일삼는 괴물 정도일 것이다.
반 헬싱 영화 <반 헬싱> 스틸컷 (자료사진)

빅토리아 시대는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지배하던 시기를 지칭한다.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1차 산업 혁명이 태동하면서 인류가 처음으로 기계의 힘을 접하고 두려움을 가지기 시작했던 때이다.

기계의 등장은 사회 구조를 변화시켰다. 노동력 집약 산업은 급격히 위축되었고, 기계 산업이 그 자리를 대체하였다. 그리고 기계를 소유한 자본가가 새로운 상류 계층으로 떠올랐다. 기계의 힘에 압도된 인류는 인간의 정체성과 능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빅토리아 시대의 문학 작품들 중 일부는 기계 산업 혁명을 두려워하는 인간의 공포가 투영되어 있다. 프랑켄슈타인은 그들 중 하나이다.

생성형 AI와 함께 인공지능은 대중화되었다. 이제 우리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결합한 피지컬 AI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AI를 경험하고 공포의 감정을 느끼는 우리 시대는 몇 세기 전 빅토리아 시대와 비슷하다. 기계가 빅토리아 시대에 미친 영향력을 돌이켜 보면 피지컬 AI의 파급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일 수 있다. 기술의 급속한 진보가 사회 경제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피지컬 AI가 인간의 범주에 들어갈 것이라 암시한다
인공지능의 압도적인 능력과 현대 로봇 기술의 정교한 신체 능력, 그리고 그들의 발전 속도를 감안한다면, 인간과 유사한 지적능력을 가진 피지컬 AI의 출현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피지컬 AI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변수는 기술의 정교함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에게 부여할 사회적 지위이다. 이것이 그들의 경제적 역할과 활동 영역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이 유사인간의 사회적 지위를 얻는다면, 우리는 전례 없는 형태의 경제 참여자를 맞이하며 새로운 시장과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목격할 것이다. 반면, 이들의 지위가 인간에게 완전히 종속된 도구에 머무른다면, 그들이 시장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예상보다 미미할 수 있다.

역사는 사회적 지위가 경제 활동의 범위를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대한 수많은 선례를 보여준다. 경제 시스템의 확장은 과거에 소외되었던 집단에게 법적·사회적 지위를 부여하고 그들이 능동적인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왔다.

근대 이전 자유로운 경제 활동이 가능한 집단은 소수의 남성 지배계층에 국한되어 있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경제적 역할은 제한되었으나, 19세기 여성 참정권 운동과 20세기 두 차례 세계 대전을 거치며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었다. 이후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능동적 경제 주체로 자리매김했다. 오늘날 성별은 더 이상 개인의 경제 활동을 제약하지 않는다.

불과 한 세기 전만 해도 세계 경제의 중심은 유럽이었고, 경제 주체는 유럽인들이었다. 중세와 근대 유럽인들은 유색인종을 지적으로 미개한 존재로 간주하고 노예로 삼는 것을 정당화했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걸리버 여행기'나 '정글북'같은 문학 작품에는 비 유럽인과 유색인종을 바라보는 당시 유럽인들의 오만한 시각이 투영되어 있다. 20세기에 이르러 노예제는 폐지되고 독립적인 경제 활동 인구가 늘어났다. 이는 세계 경제의 지형을 바꾸었다.

현대의 주요 사회 시스템인 자본주의는 인간이 아닌 경제주체에게도 사회적 지위를 부여했다. 예컨대, 기업을 지칭하는 법적 인격, 이른바 법인은 자본주의가 낳은 새로운 경제주체이다. 법인은 생물학적 인간은 아니지만, 기업 조직 내 물리적 구성원의 대리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면서 현대 경제의 주요 행위자이다.

역사 속에서 다양성은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확장되었다. 이런 흐름 속에 새로운 경제 주체가 등장하였고, 그들은 사회 계약을 통해 자연스럽게 경제 시스템 속으로 들어왔다. 이런 측면에서 미래에 기계 인간이 사회적 역할을 부여받고 시장 경제의 일원으로 편입되는 것은 더 이상 공상이 아니다.

설령 피지컬 AI가 인간과 완벽히 동등한 지위를 얻지 못하더라도, 특정 영역에서 인간의 권한을 위임받은 경제적 대리인(agent) 역할은 충분히 수행할 것이다. 역사는 피지컬 AI가 인간에 종속되는 도구를 넘어설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 시간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오해가 안내하는 피지컬 AI의 미래 방향
프랑켄슈타인은 처음부터 인간에 대해 증오를 가진 파괴자는 아니었다. 원래 프랑켄슈타인은 인간의 언어와 감정을 배우면서 인간 사회와 함께 하고 싶었지만, 인간과 다른 생김새와 험상궂은 외모 때문에 인간들은 그를 가까이하지 않았다. 결국 프랑켄슈타인은 인간을 증오하게 되었고, 인간에게 프랑켄슈타인은 공포와 제거의 대상이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피지컬 AI를 바라보는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이들은 피지컬 AI를 위협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피지컬 AI가 인류의 편의를 목적으로 등장했음에도 말이다. 그것이 가진 탁월한 능력과 별개로 피지컬 AI는 노동의 종말을 가속화하고 궁극적으로 우리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다양성의 역사와 자본주의의 확장성을 살펴보면 피지컬 AI를 무조건적인 위협으로 간주하고 그들을 적대하는 것은 우리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 전혀 없다. 피지컬 AI는 미래에 경제 주체로 활동하리라는 사실은 꽤 자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오히려 그들의 활동을 공공의 이익으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이 더 현명한 행동일 것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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