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면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회동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 보유국)'라고 또다시 언급했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진 현실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깜짝 회동을 위해 김 위원장을 유인하려는 행보로 풀이됩니다.
AFP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미국과의 대화 전제조건으로 북한이 핵보유국 인정을 요구하는 것에 열려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들이 일종의 '뉴클리어 파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들(북한)이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한다면 글쎄, 그들은 핵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나는 그 점을 말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라고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는 취임 당일인 지난 1월 2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뤄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을 "뉴클리어 파워"라고 칭하고서 "내가 돌아온 것을 그가 반기리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3월에도 김 위원장을 '뉴클리어 파워'라고 다시 지칭하며 북한을 인도와 파키스탄 등 사실상의 핵보유국과 같은 선상에 놓는 듯한 언급을 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북한이 핵무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인식을 재확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대북 정책은 변함이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이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기존 미국 정부의 원칙과 목표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동시에 김 위원장을 향해 만나고 싶다는 뜻을 강력하게 표명했습니다.
김 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에 대해 "그렇게 하고 싶다. 그(김 위원장)는 우리가 그쪽으로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김 위원장 측에) 알려줬다. 그도 내가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100% 열려 있다"며 "나는 그와 아주 잘 지낸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보유국 발언은 경주에서의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방한(29~30일) 기간 중 김 위원장과의 '깜짝 회동'을 성사시키기 위한 고도의 계산된 유인책으로 풀이됩니다.
김 위원장의 호응 여부에 따라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이뤄졌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깜짝 회동'이 재연될 수 있을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