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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는 과연 악수일까? [스프]

[뉴스스프링] 트럼프의 '3각 동맹' 맞불의 이면

미·중간 무역전쟁이 끝을 모르고 격화하면서 급기야 중국은 핵심광물인 희토류에 대한 전면적인 수출통제에 나섰습니다. 필수 자원의 무기화에 발끈한 미국은 100% 추가관세를 공언한 데 이어, 보란 듯 중국에 대응할 '희토류 동맹'을 선언했습니다. 호주와 손잡고 희토류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채굴, 가공 프로젝트를 시행한다는 겁니다. 일본도 여기에 가세하면서 '삼각 대응 체제'가 됐습니다. 호주의 광산 개발에 곧바로 약 4조2천억 원을 투자하고, 그동안 주저하던 핵잠수함 판매 등 방위산업 협력도 시사했습니다.

트럼프는 협정문 서명 자리에서 "1년 뒤면 핵심 광물과 희토류가 차고 넘쳐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될 것"이라며 "그때는 가치가 2달러밖에 안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의 희토류 지배력이 무너질 것이라고 공언한 겁니다. 그렇다면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는 장기적으론 효과가 없는 전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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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상황인데?
물론 이번 미·호주 협정은 중국과 무역 담판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입니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기술 통제와 중국선박 입항료 부과에 맞서, 4월에는 자국 내 광물 기업들에 대한 희토류 수출 물량 통제를 시작했고, 이달 초에는 수입하는 타국 기업들에게도 희토류의 용처를 신고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과했습니다. 방산 등 민감 분야에 대한 사용처를 파악하겠다며 불성실한 정보제공에는 수출을 막겠다는 식의 극단적 통제에 나선 겁니다.

국제사회는 오는 30일, 혹은 31일 한국 경주에서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극한 충돌의 해소를 포함한 관세율 타협을 기대하고 있지만, 트럼프가 의외로 희토류의 대체 공급망을 추진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중국의 카드가 다소 약해졌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하지만 당장 전문가와 기업들 사이에선 '미국이 이런다고 당장 시급한 희토류 물량에 대응할 수 있을까?', '대체 공급망이 과연 1년 안에 만들어질 수 있는가?', '중국이 아닌 공급망 구축이 사실상 가능한 것인가?'의 의문들이 제기됩니다.


좀 더 설명하면
현실을 짚어보죠. 미 지질조사국(USGS)자료를 보면 세계 매장량에서 중국이 49%, 브라질이 23%, 인도가 7.7%, 그리고 이번에 미국과 손잡은 호주가 6.3%입니다. 미국은 2.1%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걸 정제해서 가공하는 인프라와 업체의 90% 이상이 중국에 있어서, 채굴을 하더라도 중국에 보내서 가공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렇다보니 희토류를 파내서 정제해서 실제 제품에 사용할 상태로 만드는 생산량 비중은 중국이 무려 91%이고 2위 말레이시아가 4.9%, 3위 베트남이 1.2%에 불과합니다. 참고로 한국은 베트남과 호주에서도 꽤 수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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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가 중요해진 건 4차 산업 발달로 수요가 갑자기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고, 반도체와 오디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의 성능 업그레이드 배경엔 희토류가 있습니다. 이들 부품에는 자성이 필수인데, 희토류인 '네오디뮴'은 자력이 일반 자석보다 10배 이상 강합니다. 그러니 매우 부품을 극도로 작게 만들 수 있죠. 또 전기차 모터나 항공기에는 고온에 강한 자석이 필요합니다. 온도가 높으면 자성이 약해지는 자석 특성 때문인데, '디스프로슘'같은 중희토류는 고온에도 자력이 변하지 않습니다. 같은 광물이지만 원자의 정렬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특성 덕분입니다. 오랜 세월 지층 안에서 형성되는 것입니다. 특히 지구상에 작은 양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는 '중희토류'는 중국 남부 장시성에 다수 매장돼있습니다.

같은 희토류라고 해도 중희토류를 포함해 필수 17개 원소를 모두 생산하는 나라는 현재 중국뿐입니다. 여기에 핵심적인 또 하나 이슈는 광석에서 극소량의 희토류를 뽑아내는 정제와 가공 과정입니다. 광물 자체가 강한 방사성 물질인데다 유독성 화학물질을 대량 투입해야 해서 막대한 오염성 폐수가 나옵니다. 실제로 중국 해당 지역의 환경파괴와 주민들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산업화 시기 관련 규제가 상대적으로 늦게 형성되고 노동력과 영토가 유리한 중국이 공급자 역할을 오랜 기간 도맡아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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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더
중국은 1980년대부터 이런 희토류 생산의 특성을 파악하고 자국의 매장량과 더불어 관련 연구 인력과 기술을 국가적으로 육성했습니다. 희토류를 전략자원으로 지정하고 외국 자본의 희토류 광산 인수를 금지시켰습니다. 1992년 지도자였던 덩샤오핑은 "중동에는 석유가 있고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는 유명한 말을 했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 희토류 독점국가의 위치를 확보했던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1980년대 희토류 공급을 주도했던 나라는 미국이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마운틴패스 광산을 기반으로 관련 정제기술도 독점했지만, 역시 환경오염이 문제였습니다. 결국 희토류 수요가 본격 확장하기 전, 이 성가신 과정을 중국에 넘긴 셈이 됐고 오늘날 아쉬운 처지가 된 것입니다. 요즘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자주 등장하는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난 20~25년 동안 우리는 경계하지 않았다. 모두 운전대에서 졸고 있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현재 미국이 수입하는 희토류 금속 중에 중국산은 70%에 이릅니다. 특히 중국이 집중적으로 물량을 통제하는 중희토류는 90% 가까이 중국에 의존합니다. 미 국방부 분석에 따르면 F-35 전투기와 토마호크 미사일, 잠수함 추진 미사일 등이 중국산 원료가 없으면 생산이 중단됩니다. 약 20여 년 전부터 희토류 공급망의 중요성을 재인식한 미 정부는 다시 광산을 가동하고 관련 기술 정비에 나섰습니다. 또 2021년에는 이번에 협정을 맺은 호주의 관련 기술업체에 거액을 지원하며 텍사스 주에 희토류 정제공장을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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