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일주일가량 지나는 동안 아파트 시장에서는 강화된 대출규제와 실거주 의무 부과 등에 따른 거래 위축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면 토허구역 지정 영향을 받지 않는 경매시장은 선호지역 매물을 확보할 수 있는 틈새 경로로 갭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열기가 오르는 등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오늘(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오늘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을 보면 규제지역 지정 효력이 발생하기 시작한 이달 16일부터 21일까지 6일간 계약이 체결된 거래는 235건이었습니다.
이는 대책 발표 당일을 포함한 직전 6일(10∼15일) 2천102건의 11.2% 수준입니다.
이 기간 자치구별 거래량 변동 추이를 보면 영등포구가 99.2% 감소한 것을 비롯해 구로구(-97.5%), 노원구(-95.6%), 동작구(-93%), 동대문구(-90.1%), 성북구(-89.8%), 마포구(-87.5%), 광진구(-85.7%), 성동구(-83.5%), 양천구(-79.4%) 등 서울 전역에 걸쳐 큰 폭의 감소세가 나타났습니다.
관련법상 주택 매매거래 신고는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 하도록 규정돼 수치는 바뀔 수 있지만, 대책 발표 이후 시장의 전반적인 흐름 자체가 뚜렷한 위축세로 돌아섰다는 해석은 가능합니다.
10·15 대책으로 규제지역에서 무주택자와 처분조건부 1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종전 70%에서 40%로 강화됐고, 15억 원 초과 주택부터는 주담대 한도가 2억∼4억 원으로 차등 적용되는 등 대출을 통해 고가 주택 구입자금을 마련하기가 한층 더 어려워졌습니다.
규제지역에 더해 2년 실거주 요건을 부여하는 토허구역까지 지정되면서 그간 성동구, 마포구, 광진구 등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열기를 띠던 아파트 갭투자(전세 낀 매매) 수요도 차단됐습니다.
토허구역 지정이 시작된 지난 20일과 이튿날인 21일 거래는 현재까지 7건밖에 신고되지 않았습니다.
광범위한 지역을 규제지역과 토허구역으로 동시 지정하는 등 전례 없이 강력한 수요 억제책이 시행된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는 가격 일부 조정과 함께 대책 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은 토허구역 지정이라는 극약처방까지 담은 만큼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효과가 이어질 수 있다"며 "다만 최근의 시장 흐름은 '상급지 갈아타기' 중심인 만큼 규제에서 제외된 지역으로의 풍선효과가 과거처럼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이들 지역의 경매 시장은 토허제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갭투자 수요가 몰릴 조짐이 보입니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오늘까지 서울과 경기도의 토허구역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각각 100.1%와 101.9%를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서울과 경기도의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 99.5%, 86.9%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이는 이번 대책 중 토허구역 확대 지정에 따른 반사 효과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 25개 자치구와 경기도 12개 지역은 지난 20일부터 토허구역으로 묶이면서 2년 실거주 의무가 발생해 주택을 매수하려면 관청 허가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경매를 통해 주택을 낙찰받을 경우 토허제가 적용되지 않아 실거주 의무에서 벗어납니다.
현금 보유력이 있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경매시장이 일종의 틈새인 셈입니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서울은 경매 수요가 더 커지며 낙찰가율이 강세이고, 경기는 상대적으로 금액대 허들이 낮은 데다 토허구역으로 지정돼 오히려 가격 상승 기대감이 더 커진 듯하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경매 시장에 실수요자도 있겠지만, 세를 낀 갭투자가 막힌 투자자가 경매 시장에 눈을 돌리면서 낙찰가율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