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1일 중의원(하원) 총리 지명선거 결과 발표 이후 박수를 받고 있다.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가 오늘(21일) 새 총리로 선출됐습니다.
다카이치 신임 총리는 임시국회 중의원(하원) 본회의에서 진행된 총리 지명선거 1차 투표에서 465표 중 과반(233표)을 웃돈 237표를 얻었습니다.
참의원(상원)에서는 1차 투표에서 과반에 1표 부족한 123표를 획득해 제1야당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와 치른 결선 투표 끝에 총리로 지명됐습니다.
결선 투표 득표수는 125표였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이 1885년 내각제를 도입해 이토 히로부미가 초대 총리를 맡은 이후 제104대 총리이자 140년 내각제 역사상 첫 여성 총리입니다.
그는 오늘(21일) 나루히토 일왕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새 내각을 정식으로 출범시킬 예정입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에 기하라 미노루 전 방위상을 기용할 방침입니다.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자였던 고이즈미 신지로, 하야시 요시마사, 모테기 도시미쓰 의원은 각각 방위상, 총무상, 외무상으로 발탁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냈습니다.
일본 정계에서는 드문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유리 천장'을 깨고 강경 보수 성향 정치인으로 입지를 다져 '여자 아베'로 불렸습니다.
그는 지난 4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을 잡았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위기를 맞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치색이 유사한 강경 보수 성향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로운 연정 상대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해 우여곡절 끝에 총리직에 올랐습니다.
유신회는 당분간 소속 의원이 입각하지 않는 이른바 '각외 협력' 형태로 연정에 참여하기로 해 공명당 의원이 국토교통상 등을 맡았던 기존 자민당·공명당 연정보다는 협력 관계가 약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과 유신회 사이에 국회의원 정수 축소, 기업·단체 후원금 폐지, 선거 출마자 조율, 약한 연결고리 등 4가지 갈등의 불씨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자민당과 유신회는 의석수를 합쳐도 과반이 되지 않는 소수 여당이어서 법안과 예산안을 통과시키려면 다른 정당과 협력이 필요합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의원 총회에서 "유연성을 갖고 국가·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확실히 전진해 나갈 것"이라며 "폭넓게 각 당에 요청해 논의를 축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카이치 내각 출범으로 역사 인식이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에서 협력 기조가 이어졌던 한일관계가 격랑에 휘말릴지도 주목됩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 역사·영토 문제에서 강경한 '매파' 발언을 쏟아냈고,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도 정기적으로 참배해 왔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시바 전 총리가 퇴임 의사를 표명한 9월 초순부터 국정 공백 사태가 이어졌다는 점을 고려해 일단 고물가 대책 수립 등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이시바 내각 각료는 총리 투표를 앞두고 모두 사퇴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