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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 지배 사과하자 "왜 맘대로"…과거 발언 조명

<앵커>

내일(21일) 새로운 일본 총리가 될 다카이치 자민당 총재가 30년 전 의회에서 했던 발언이 다시 조명받고 있습니다. 발언을 들어보면, 일본의 차기 총리가 어떤 역사 인식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도쿄에서 문준모 특파원입니다.

<기자>

1994년 10월 12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 초선이던 다카이치 의원이 무라야마 당시 총리를 향해 포문을 열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당시 중의원 : 과거사에 대해 일본에 잘못이 있었다고 총리는 말씀하셨습니다. 그 책임 소재는, 물론 잘못이 있다면요, 누구에게 있는 겁니까, 이름을 밝혀주십시오.]

[무라야마 도미이치/당시 일본 총리 : 당시 군국주의 일본의 지도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무라야마 총리의 우문현답에도 다카이치 의원은 멈추지 않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당시 중의원 : 50년 전 지도자가 했던 일을 잘못했다고 판단할 권리가 50년 뒤 이 나라를 잠시 맡은 무라야마 총리에게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무라야마 도미이치/당시 일본 총리 : 저는 일본의 총리로서 일본을 대표해 피해를 입었던 분들에 대해 죄송하다는 반성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무라야마 총리가 흔들릴 기색이 없자 식민지배가 침략이라는 근거를 대라며 생떼를 부립니다.

[다카이치 사나에/당시 중의원 : 무엇을 근거로 침략행위라고 하는지, 무엇이 잘못인지, 명확히 하지 않고 마음대로 총리가 대표로 사과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당시는 무라야마 총리가 식민 지배를 침략으로 규정하고 통렬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무라야마 담화'를 내놓기 약 열 달 전이었습니다.

다카이치 총재는 이후에도 '무라야마 저격수'로 정치적 입지를 굳혔습니다.

30년이 지난 최근까지 야스쿠니에 정기적으로 참배하며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역시 보수 성향의 유신회와 새롭게 연정을 맺은 다카이치 총재는, 내일 의회에서 신임 총리로 지명될 예정입니다.

(영상취재 : 한철민·문현진, 영상편집 : 채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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