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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차례 구조 기회 있었지만…알고도 방치

<앵커>

저희 취재 결과 장 씨는 염전주 부자로부터 대를 이어 착취당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11년 전부터 구조할 수 있는 기회가 수차례나 있었습니다만, 우리 사회는 장 씨와 같은 지적장애인을 방치했습니다.

이어서 이태권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해 11월부터 장 씨가 머물렀던 광주의 요양병원입니다.

병원 측은 염전주 A 씨 가족이 장 씨를 무연고자로 설명했다고 했습니다.

[요양병원 관계자 : (가족이) 전혀 이제 없으니까 그때는 나타난 사람이 없어. 가족이 없으면 (제가) 후견인을 하고….]

그런데 장 씨는 2014년 염전 노예 사건 때 이미 수사 기관에도 피해자로 인지됐던 걸로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염전주 부자는 당시, 또 다른 지적장애인 B 씨를 유인해 착취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는데, 이 수사 자료에 장 씨가 등장합니다.

염전 노예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아버지로부터 염전을 물려받은 A 씨가 이 두 장애인을 섬에서 빼돌려 전남 무안의 가족 집 등으로 보내기도 했다고 적시했습니다.

당시 장 씨는 보건복지부 산하 장애인인권센터가 상담한 염전 강제노동 피해자 명단에도 포함됐지만, 구조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신의도 주민 : 그 양반 오래됐지 여기 있는지. (그렇죠, 한 20년은 됐죠.)]

지난 2021년 또다시 염전 노예 사건이 불거지면서 관계 당국의 점검이 이뤄졌고, 2023년에는 신안군이 장 씨의 실상을 확인하고 경찰에 염전주를 수사 의뢰했습니다.

하지만 장 씨는 가해자인 염전주와 분리되지 않은 채 조사를 받았고, 이 기간 염전에 그대로 남겨졌습니다.

[장 모 씨 동생 : 그게 정말 화가 나고 작년이라도 아니면 21년이라도 그때 좀 불거졌을 때 알려만 줬어도….]

경찰은 장 씨 가족 한 명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고, 장 씨가 거부해 A 씨와 분리시키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지자체도 비슷한 반응인데,

[신안군청 관계자 : 본인들이 '나 지금 잘 지내고 있다' (라고 하면) 바로 좀 (분리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최정규/염전 노동 피해자 대리인 : 구조해낼 골든 타임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본인이 계속 그 학대 현장에 있겠다고 하면 그냥 내버려둬야 돼요? 착취를 당하도록 내버려둬야 돼요? 그게 국가랑 옹호기관의 역할이 아니잖아요.]

심리적으로 지배당하기 쉬운 지적장애인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책임 회피적 행정이 거듭되면서 장 씨에 대한 착취는 길어진 셈입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오영춘·강시우, 영상편집 : 신세은, VJ : 김 건, 디자인 : 이종정·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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