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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종말 두렵다" 미 전역 2천여 곳서 '왕은 없다' 시위

"민주주의 종말 두렵다" 미 전역 2천여 곳서 '왕은 없다' 시위
▲ 1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열린 모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의 국정 운영에 반대하는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가 18일(현지시간) 미국 곳곳에서 대규모로 열렸습니다.

연합뉴스 현지 취재와 미 언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11시쯤부터 워싱턴DC와 뉴욕, 보스턴, 애틀랜타,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등 동부 주요 도시의 중심 거리에 각각 시위 인파가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시차가 있는 일리노이주 시카고,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텍사스주 휴스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샌프란시스코, 오리건주 포틀랜드 등 중·서부 지역에서도 같은 기치를 내건 시위가 잇따랐습니다.

앞서 행사 주최 측은 이번 시위가 미 전체 50개 주에서 2천500여 건의 집회를 중심으로 열리며 수백만 명이 참가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이날 미국 수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앞에서는 오전부터 모여들기 시작한 시위대가 점점 불어나 그 인원이 수천 명에 이르렀고, 백악관에서 의사당으로 이어지는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거의 가득 메웠습니다.

참가자들은 미국 내 치안 유지 목적의 군대 동원, 법원 판결 무시, 이민자 대거 추방, 대외 원조 삭감, 선거 공정성 훼손 등 트럼프 대통령의 여러 정책이나 언행이 민주주의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그가 독재자나 파시스트처럼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번 시위 이름인 '노 킹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왕적 국정 운영을 비판하는 의미로 붙여진 것이다. 이날 시위 현장에서는 "1776년 이후 왕이란 없다", "우리의 마지막 왕은 조지였다"라고 적은 팻말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초기 영국 왕정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미국은 1776년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미국인들은 조지 3세 영국 국왕을 상대로 전쟁에서 승리해 독립을 쟁취한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뉴욕에서도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일대에 수만 명이 모여 7번 애비뉴를 따라 남쪽으로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한 뉴욕은 대규모 집회가 예고된 곳 중 하나였습니다.

뉴욕 맨해튼의 경우 지난해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80% 넘는 득표율을 올릴 정도로 민주당 성향이 매우 강한 지역이다 보니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비꼬는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행진에 참여했습니다.

주요 집결지인 맨해튼 타임스퀘어와 인근 거리는 행진 시작 시간인 오전 11시 이전부터 곳곳에서 모여드는 시위대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가득 찼습니다.

뉴욕경찰은 타임스스퀘어부터 7번 애비뉴를 따라 14번가까지 도로 통행을 통제했습니다.

시카고에서도 수천 명이 모여 "우리 민주주의에 손대지 마라", "ICE 퇴출!"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내를 행진했습니다.

시카고 집회에는 이 지역 출신인 할리우드 배우 존 쿠삭도 참여해 발언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곳을 파시즘의 거점으로 만들 거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절대 불가능하다"며 "당신은 우리 거리에 군대를 투입할 수 없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반란 진압법을 발동할 만큼 혼란을 일으킬 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시카고는 근래 트럼프 행정부가 대대적인 불법이민자 단속을 벌인 뒤 그에 반발한 시위가 거세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방위군 투입을 지시하는 바람에 민주당 소속인 주지사와 법정 소송이 진행 중인 곳입니다.

LA에서는 시청 앞에 오전부터 성조기와 멕시코 국기를 함께 들고 온 시위대가 모여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이민단속에 반대하는 구호를 주로 외쳤습니다.

시위 주최 단체 중 하나인 인디비저블(Indivisible)의 공동 창립자 리아 그린버그는 이날 언론에 "왕은 없다(No Kings)는 구호야말로 미국적인 정신"이라며 "우리는 왕을 두지 않았고 평화적으로 시위할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린버그는 300개 이상의 지역 풀뿌리 단체들이 이번 집회를 조직하는 데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일부 시위대는 현장에서 비폭력·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노란색 옷과 두건 등을 착용했으며, 트럼프 행정부를 풍자하는 각종 인형과 함께 특이한 복장이나 분장을 하고 나와 시위를 축제처럼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뉴욕경찰은 이날 오후 3시 반쯤 엑스 계정에 올린 글에서 "현재 대부분의 '노 킹스' 시위대는 해산됐고 모든 교통 통제가 해제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뉴욕시 5개 자치구 전역에서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평화롭게 수정헌법 제1조 권리(표현·집회의 자유)를 행사했으며, 뉴욕경찰국(NYPD)은 시위 관련 체포를 단 한 건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의 '노 킹스' 시위에 앞서 유럽의 런던과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베를린, 파리, 로마 등에서도 주요 명소나 미국대사관 앞에 사람들이 모여 연대 시위를 벌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셧다운(예산안 의회 통과 불발에 따른 연방정부 일부 업무 정지) 종료 협상을 이번 시위 탓에 더 지연시키고 있다고 언급했다습니.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사람들은 그것, '킹' (시위) 때문에 (정부 운영 재개를) 미루고 싶다고 말한다"며 "그들은 나를 왕으로 지칭하고 있지만, 나는 왕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열린 대규모 '노 킹스' 시위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지난 6월 14일 처음으로 열린 미 전역 2천여 곳의 시위에는 500만 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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