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 국가배상청구 기자회견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문화예술계 인사들에게 국가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2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1심은 이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명단 작성 종료일을 기준으로 소멸시효가 지났다며 국가를 상대로 한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2심은 이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때를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해 국가의 배상 책임이 살아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서울고법 민사27-2부(서승렬 박연옥 함상훈 부장판사)는 오늘(17일) 배우 문성근 씨와 방송인 김미화 씨 등 36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한민국은 이명박, 원세훈과 공동해 원고들에게 각 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별로 받아야 할 금액은 1심과 다르지 않지만, 국가의 책임이 추가로 인정됐습니다.
선고 결과가 확정된다면 국가와 이 전 대통령, 원 전 원장 총 세 피고가 함께 배상을 하게 됩니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소멸시효 계산 기준일을 이 전 대통령 임기 종료일인 2013년 2월 24일로 봤습니다.
그러면서 소송이 소멸시효(5년)가 지나기 전인 2017년 11월에 제기돼 국가배상 청구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1심은 블랙리스트 명단이 2010년 11월까지 작성됐다며 이때를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했습니다.
2심은 "불법행위가 계속적으로 행해지는 결과로 손해도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손해는 날마다 새로운 불법행위에 기해 발생하는 손해라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블랙리스트에 원고들을 등재해 관리하는 행위는 계속적 불법행위로 봐야 하고, 원고들이 입게 되는 정신적 손해 역시 블랙리스트가 존속하는 날마다 계속적으로 발생한다"며 "불법행위가 적어도 피고 이명박의 임기종료일인 2013년 2월 24일까지 계속됐다고 인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문 씨 등은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특정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해 작성·관리한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봤다며 지난 2017년 11월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국정원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인 2017년 9월 이명박 정부 때 '좌파 연예인 대응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정부 비판 성향 방송인을 대거 퇴출했다는 내부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인사는 총 82명입니다.
▲이외수 조정래 진중권 등 문화계 6명 ▲ 문성근 명계남 김민선 등 배우 8명 ▲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등 영화감독 52명 ▲ 김미화 김구라 김제동 등 방송인 8명 ▲ 윤도현 신해철 김장훈 등 가수 8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