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농민총맹이 16일 오전 충북 청주시 미원면의 한 배추밭 앞에서 가을 장마로 인한 배추 무름병 피해를 호소하며 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마른하늘 보기 어려운 이례적인 가을장마에 한창 수확의 기쁨으로 넘실대야 할 들녘이 시름으로 가득합니다.
벼는 물론 과일, 채소 등 원예작물까지 병해를 입은 데다 적기 수확도 어려워지면서 농민들이 소중한 밭을 갈아엎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어제(16일) 오전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한 배추밭에는 풍년가 대신 농민들의 구호가 울려 퍼졌습니다.
농민들은 수확을 포기한 1천㎡ 밭을 트랙터로 갈아엎으며 보상·지원 대책을 요구했습니다.
충북에서는 청주 330개 농가 107㏊, 괴산 66개 농가 20㏊에서 배추 무름병 피해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같은 날 충주시 안림동 사과밭에서 만난 임 모(59)씨는 열과(열매 터짐) 현상을 보이는 사과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열매가 지나치게 수분을 흡수해 껍질이 터지고, 일조량 부족으로 색이 제대로 들지 않거나 당도가 낮아져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게 됩니다.
임 씨는 "작년엔 더위로 힘들었는데 올해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문제"라며 "아침부터 나와 관리해보지만 이렇게 비가 계속 오면 백약이 무효"라고 하늘을 원망했습니다.
전국 대추 유통량의 10%를 생산하는 충북 보은에서는 대추 축제 개막이 다가왔지만, 탄저병이 확산해서 울상입니다.
유재철 보은대추연합회장은 "수확기라 약을 칠 수도 없다"며 "그 사이 50% 이상 피해를 본 농장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15일부터 한 달간 충북에서 비가 온 날은 18일, 누적 강수량은 277.6㎜로 1973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뒤 세 번째로 많았습니다.
이달 들어 나흘을 제외하고 줄곧 비가 내린 경기 안성의 중만생종 벼 수확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확이 늦어지면 수매, 건조도 차례로 지연돼 쌀의 질은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볏집 사료 확보도 어려워져 축산 농가는 벌써 사룟값 인상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극한 가뭄을 넘긴 강원 동해안은 잠시 숨 돌릴 틈도 없이 장마에 시달립니다.
이달 들어 이틀을 뺀 14일간 내린 비에 벼 쓰러짐(도복), 수발아, 깨씨무늬병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농도 전남은 여름부터 이어진 고온 다습한 환경에 깨씨무늬병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전남 깨씨무늬병 발병 면적은 1만 3천337㏊로 전국 발병 면적 3만 6천320㏊의 3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깨씨무늬병은 감염 시 벼알이 갈변하면서 품질을 떨어뜨리며 30도 이상의 고온과 습도 85% 이상의 환경에서 급속히 확산합니다.
정부는 깨씨무늬병을 농업재해로 인정하고 피해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충남 아산, 경북 예천, 전남 보성 등에서는 쪽파 재배 농가에서 노균병 등 병해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강원 삼척시는 이날 근덕면 매원리와 교가리 일원에서 벼 도복 피해 현장을 점검했습니다.
삼척에서는 총 538㏊ 벼 재배 면적 가운데 아직 328㏊(61%)를 수확하지 못했으며 도복 피해 23.6㏊, 수발아 25㏊, 깨씨무늬병 40㏊ 등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박상수 삼척시장은 "기상이변이 반복되는 만큼 재해에 강한 품종 재배와 과학적인 영농기술이 중요하다"며 "피해 농가가 조속히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