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정부가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과천·성남·광명·용인·수원 등 27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등 '3중 규제'로 옥죄면서 주택시장은 패닉에 빠졌습니다.
정부의 규제가 최근 집값 상승의 근원지인 서울 한강벨트는 물론 서울 외곽과 인접 수도권으로 확대되면서 투기 우려가 적은 곳까지 '풍선효과'를 차단한다는 이유로 모두 규제지역으로 묶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들 지역의 아파트 기준으로 약 230만 가구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오늘(15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번 10·20 대책으로 서울 전체 156만 8천 가구, 경기도 12개 지역 74만 2천 가구 등 총 230만 가구가 규제지역으로 묶이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들 전체 아파트가 이달 20일부터는 토지거래허가를 받고 거래해야 하며, 2년 실입주 의무가 부여돼 거래에 제약받는 것입니다.
토허구역에선 전세 임차인이 있는 주택은 전세 만기 때까지 사고팔기도 어려워집니다.
이들 지역에선 돈줄도 묶입니다.
일단 시세 15억 원 이하 아파트는 종전처럼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 원으로 유지됩니다.
서울 106만여 가구(68%), 경기도 65만 8천여 가구(89%) 등 양쪽 시도 합산 약 171만 9천 가구, 74.4%에 달하는 물량입니다.
지난 9·7 대책으로 주담대 한도가 4억 원으로 줄었던 강남3구와 용산구의 15억 원 이하 아파트는 대출 한도가 6억 원으로 2억 원 증가하게 됐습니다.
이에 비해 15억 원 초과의 고가 아파트 서울·경기 합산 59만 2천 가구(25.6%)는 대출이 15억 초과∼25억 원 이하는 4억 원, 25억 원 초과는 2억 원으로 감소하면서 자기 자금이 충분치 않으며 주택 매수가 힘들게 됐습니다.
서울의 15억 원 초과 아파트는 약 50만 7천여 가구(32%)로 15억∼25억 원 이하가 18.4%(28만 7천 가구), 25억 원 초과가 14.1%(22만 1천 가구)를 차지합니다.
특히 강남구(64.1%), 서초구(60.9%)는 25억 원 초과가 60%를 넘어 대출 감소에 따른 타격이 클 전망입니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고가주택은 아예 보유 현금이 없으면 사지 말라는 말이나 다름없다"며 "거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한강벨트 지역의 성동구(49.2%)와 광진구(44.6%), 용산구(43%), 마포구(41.4%) 등지는 21억∼25억 원대 구간이 높아 대출 한도가 4억 원으로 축소되는 곳이 많아질 전망입니다.
경기도의 규제지역은 15억 원 초과가 8만 4천여 가구(약 11%)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대출 감소 부담이 덜할 전망입니다.
그러나 15억 초과∼25억 원 이하 아파트가 많은 과천(62.5%)과 분당(40.0%)은 대출이 4억 원으로 감소하는 곳이 늘면서 자기자본 부담이 커지게 됐습니다.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에 시장은 대혼란에 빠졌습니다.
정부가 예상보다 광범위하게 규제지역을 지정하면서 서울 외곽과 수도권에서는 거래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그러나 당장은 규제지역 지정 전에 계약하기 위해 날짜를 앞당기거나 막판 갭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빗발쳤습니다.
16일에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 대출이 줄거나 1주택 이상 보유자는 취득세가 8∼12%로 늘어나 그전에 계약을 앞당기려는 것입니다.
시가 5억 원 아파트를 오늘까지 매수하면 취득세 1%가 적용돼 500만 원을 내면 되지만 내일부터 1주택 보유자가 주택을 추가로 매수하면 취득세가 8%인 4천만 원으로 8배 급증합니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저가 아파트는 대출에 큰 문제가 없어도 취득세가 8배가 되는데 (규제 지역으로 묶이면) 어떻게 매수를 하겠느냐"며 "어젯밤에도 11시에 계약서를 썼고, 당초 내일 계약하려던 매수자도 오늘 밤에 계약하기로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 중개사는 "20일 토허구역 지정 전까지 막판 갭투자 수요가 몰릴 수 있지만 다주택자는 당장 취득세 부담 때문에 매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거래가 거의 끊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마포구 아현동의 중개사무소 대표도 "계약을 망설이던 사람들이 규제지역과 토허구역 지정 소식에 계약을 하겠다며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다만 오늘까지 최소한 계약금 10%가 필요하다 보니 계약이 쉽게 성사되진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오늘 대책이 발표된 이후에도 다른 매도자들 동향이 어떤지 묻는 고객들의 문의가 여럿 있었다"며 "어제는 한 고객이 규제가 나올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와서는 가계약도 없이 바로 본계약을 진행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경기 남부벨트 지역도 계약을 앞당기거나 매도를 취소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용인시 수지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책 발표 이후 급하게 매물 거래하려는 분들로부터 연락이 계속 오는 중이고, 이미 계약서를 작성한 분들도 규정 적용 시점에 대해 많이 문의하고 있다"며 "오늘 빨리 계약서를 쓰겠다며 다른 부동산에서도 손님을 연결해 달라는 연락이 오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수원시 영통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영통구도 규제지역으로 묶일 수 있다는 예상은 있었지만 막상 대책이 발표되니 고객들이 다들 대책을 세우느라 바쁜 것 같다"며 "집을 팔고 서울 내 비규제지역으로 옮기려 했던 한 고객은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니 매도를 취소하겠다고 알려왔다"고 전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최근 고점에 주택을 매수한 사람들이나 대출액이 줄어든 매수자들의 계약 해제 요구가 줄 이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강동구 고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그간 대책 발표를 미리 예고하면서 불안심리에 집을 서둘러 샀던 사람들은 고점에 매수해서 집값 하락, 세금 부담 등으로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계약 해제 요구가 증가하면서 혼란이 커질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반면 규제지역 지정을 피한 지역에서는 '풍선효과'에 따른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반응도 있습니다.
화성시 동탄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동탄이 이번에 규제지역에서 빠지는 바람에 풍선효과로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어 주택 소유자 입장에서는 집을 좀 더 천천히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동탄에 집을 구하려는 사람은 마음이 급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에 있는 한 공인중개업소의 대표도 "급매물이 다 빠지고, 매도 의향자 중에서는 매물을 보류하는 분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수도권 전역에 임차인의 전세대출에 DSR이 적용되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개인 소득에 따라 전세대출이 감소하면 신규 계약을 할 때 대출액이 줄어 전세보증금이 싼 곳으로 이동하거나 월세 전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강동구 둔촌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임차인의 전세자금대출이 막히면 큰 평수나 상급지로 이동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라며 "전세금이 부족하면 은행 금리보다 높은 월세로 돌려야 하는 만큼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