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연방대법원 청사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연방대법원이 긴급명령을 남발해 사법부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고 현직 판사 수십 명이 우려를 표했습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현직 연방판사 65명을 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연방대법원이 긴급명령권을 적절하게 사용했는지 설문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현지시간 11일 보도했습니다.
긴급명령은 연방대법원이 시급한 사안에 대해 정식 심리나 구두 변론 없이 하급심 결정의 효력을 임시로 정지하거나 유지하도록 내리는 명령입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 정책과 관련해 이유를 자세히 알기 어려운 긴급명령을 남발해 혼란을 야기하는 한편, 사법부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고 판사들은 우려했습니다.
응답 판사의 72%인 47명이 연방대법원의 긴급명령권 사용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적절했다는 응답은 12명에 그쳤고, 6명은 중립이었습니다.
또 42명은 연방대법원 긴급명령이 대중의 사법 신뢰에 어느 정도 혹은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고 답했습니다.
판사들은 연방대법원 긴급명령을 두고 '극도로 사기를 꺾는 조치', '지방법원에 대한 모욕' 등으로 표현했으며, 현재 상황을 '전쟁터', '사법 위기 한복판' 등으로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 정책과 관련해 약 20건의 긴급명령을 내렸는데, 그중 최소 7건은 아무런 이유 설명 없이 결정을 내렸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연방대법원 긴급명령은 이민자 수만 명 추방, 트랜스젠더 군인 강제 전역, 연방 공무원 수천 명 해고, 연방 지출 대폭 삭감 등의 조치로 이어졌습니다.
NYT는 미국 전역 연방판사 수백 명에게 설문을 보냈으며 이 중 65명이 익명으로 응답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중 민주당 대통령 임명이 37명,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10명을 포함해 공화당 대통령 임명이 28명이었습니다.
NYT는 "응답한 판사들이 전체 사법부 견해를 대표하지 않을 수 있지만, 미국 전역 1천 명 이상의 판사 중 수십 명이라도 연방대법원 행태에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전했습니다.
조지 H.W. 부시 행정부에서 법무차관보를 지낸 전 연방판사 J. 마이클 루티그는 NYT에 "이처럼 많은 현직 판사가 연방대법원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힌 것은 역사적으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중대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