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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 아파트 회장에 인감 인계 거부…대법 "업무 방해 아냐"

대법원 현판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후임 아파트 입주자대표에게 인감과 사업자등록증을 넘겨주지 않은 행위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형사 처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할 일을 하지 않는 정도의 소극적 행위가 '위력' 행사를 전제로 한 업무 방해라는 적극적 행위와 동등한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지난달 4일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경기 남양주시 한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었던 A 씨는 2021년 4월 B 씨가 후임 회장으로 당선돼 임기가 시작됐음에도 은행 거래용 인감도장과 사업자등록증 원본 반환 요구를 거부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쟁점은 A 씨가 B 씨에게 인감도장과 사업자등록증을 건네는 것을 거부한 행위가 형법에서 규정하는 '위력'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업무방해죄를 규정한 형법 314조는 '위력으로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합니다.

1심에 이어 2심도 A 씨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차기 회장에게 인감 등을 반환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거부해 B씨가 회장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도록 했고, 이에 따라 A 씨에게 업무 방해의 의사가 있었다는 점이 인정된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A 씨의 행위가 위력으로 B 씨의 업무를 방해하는 적극적인 방해 행위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단순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부작위'나 그에 준하는 소극적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에 이르러 적극적인 방해 행위와 같은 형법적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대법원은 "A 씨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지위에 관해 다툼이 있는 상황에서 B 씨로부터 인계를 요구받자 단순히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인감 등의 인도를 거절한 것에 불과하다"며 "A씨가 이런 소극적 행위를 넘어서 인감 등을 이용해 회장 행세를 하는 등 B 씨의 업무 수행을 적극적으로 방해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B 씨가 임기를 시작한 후 무리 없이 입주자대표회의를 개최한 점 등에 비춰 "A 씨의 행위로 B 씨가 회장으로서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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