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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명 '탈출'했는데…"자리 없어요" 떠도는 아이들 [시선360]

<앵커>

가정 폭력이나 학대에서 벗어나고자 집을 나온 청소년들이 있습니다. 최소 5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들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쉼터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시선 360, 오늘(8일)은 가정 밖으로 내몰린 청소년들의 현실을, 이혜미 기자가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고등학교 2학년 A 군은 중학교 2학년 때 집을 나왔습니다.

가정 폭력을 피해서였습니다.

[A 군/만 17세 청소년 : 부모님의 학대로 인해서…. (폭력(이요)?) 네, 폭력.]

수도권 쉼터 이곳저곳을 몇 달에 한 번씩 옮겨 다니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전학도 해야 하는데, 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고 합니다.

[A 군/만 17세 청소년 : 돌아가면 안 될 것 같아요. 빨리 돈을 모아서 원룸이라도 하나 계약을 해놔야지 좀 안심될 것 같긴 한데.]

가정 폭력, 가족 해체 등을 이유로 집을 나온 '가정 밖 청소년'은 최소 5만 6천여 명으로 추산됩니다.

처음 며칠은 친구 집이나 스터디 카페 등에서 지내다 청소년 복지시설인 쉼터를 찾아가는 게 보통입니다.

일주일간 머물 수 있는 일시 쉼터부터 단기와 중장기까지 모두 합쳐 청소년 쉼터는 전국에 137곳이 있습니다.

의식주를 무상 제공하고, 심리 상담, 학업 지원과 더불어 일자리를 찾아 주기도 합니다.

쉼터 한 곳당 대여섯 명에서 최대 서른 명이 지낼 수 있는데, 쉼터마다 포화 상태입니다.

[이종욱/서울시립 신림남자단기 청소년쉼터 담당자 : 서울로만 봤을 때도 사실은 (남자) 단기 쉼터가 저희밖에 없다 보니까 오늘도 30명 정원이 다 차 있거든요.]

정해진 이용 기간이 다 차면 또 다른 쉼터를 찾아가는 '쉼터 유목민'이 된 아이들도 많습니다.

[B 군/만 19세 청소년 : 다른 쉼터에서 연계 받아서 여기로 왔어요. 자리가 없는 데도 있고, 있는 데도 있어요.]

가정 밖 청소년 463명에게 물은 조사에서 70% 이상은 쉼터가 '매우 도움이 됐다'고 답했습니다.

[이종욱/서울시립 신림남자단기 청소년쉼터 담당자 : (가정 밖 청소년들은) '가출이 아니라 탈출을 하는 거다'라고 이야기를 하거든요. (쉼터가) 좀 더 전국적으로 확대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산 부족과 지역 주민 반발로 쉼터 확대는 번번이 난관에 부딪힙니다.

[원민경/성평등가족부 장관 : 저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없는지 더 살펴보고, 가정 밖 청소년들에 대한 지원이 좀 더 강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쉼터에서 나간 뒤에도 취업과 주거 지원 등 실질적인 도움이 뒤따라야 합니다.

(영상취재 : 김남성, 영상편집 : 최혜란, 디자인 : 이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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