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코 프라하에서 선거 기간 중 포퓰리즘 성향의 야당 긍정당(ANO) 안드레이 바비시 대표가 언론에 발언하고 있다.
3∼4일(현지시간) 치러진 체코 하원 총선에서 포퓰리즘 성향 야당 긍정당(ANO)이 집권 여당에 압승을 거뒀습니다.
긍정당은 차기 정부 구성에 극우 정당의 협조를 받기로 해 '우향우' 정권교체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체코 선거당국에 따르면 개표가 99.9% 진행된 4일 오후 8시30분 현재 긍정당이 34.59%, 중도보수 함께(SPOLU) 연합이 23.32%를 득표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함께 연합은 시민민주당(ODS), 기독민주연합(KDU-CSL), 전통책임번영당(TOP09) 등 현재 연립정부를 주도하는 3개 정당 연합체입니다.
연정 파트너인 자유주의 성향 주지사·무소속연합(STAN)이 11.20%, 진보 성향 해적당 8.92%, 극우 자유직접민주주의당(SPD) 7.79%, 운전자당이 6.78%를 득표했습니다.
긍정당은 수도 프라하를 제외한 13개 주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습니다.
하원 200석 가운데 긍정당이 80석, 함께 연합은 52석을 가져갈 전망입니다.
SPD는 15석, 운전자당 13석을 확보했다. 득표율 5%를 넘기지 못한 다른 정당들은 원내 진입에 실패했습니다.
안드레이 바비시 긍정당 대표는 "역사적 결과"라면서 SPD·운전자당의 지지를 확보해 단독으로 소수정부를 꾸리겠다고 말했습니다.
운전자당은 그린딜(친환경정책) 등 유럽연합(EU) 정책과 유럽 단일통화에 비판적인 우익 민족주의 정당입니다.
긍정당과 함께 포퓰리즘 성향으로 분류됩니다.
긍정당은 2021년 총선에서 페트르 피알라 현 총리가 속한 함께 연합보다 1석 많은 72석을 확보했으나 연정 구성에 실패해 정권을 내준 바 있습니다.
긍정당은 '프라하의 트럼프'로 불리는 억만장자 사업가 바비시가 친기업·실용주의와 정치 엘리트 부패 척결을 주장하며 2011년 창당했습니다.
바비시는 2017∼2021년 총리를 지내고 두 번째 집권을 노리고 있습니다.
바비시가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지원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바비시는 총리로 취임하면 체코 정부가 작년부터 서방 각국에서 돈을 모아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사주는 일명 '체코 이니셔티브'를 그만두겠다고 말했습니다.
체코는 전쟁 발발 이후 중도보수 연정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사위원장 출신인 페트르 파벨 대통령이 뜻을 모아 우크라이나를 전폭 지원하고 있습니다.
유럽 정가에서는 체코 정권이 교체되면 현재 헝가리·슬로바키아처럼 우크라이나 지원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긍정당은 헝가리 피데스(Fidesz), 프랑스 국민연합(RN), 오스트리아 자유당(FPO) 등과 함께 유럽을위한애국자(PfE)라는 이름의 유럽의회 교섭단체를 꾸리고 있습니다.
PfE 소속 정당들은 유럽통합과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강경우파 내지 극우 성향입니다.
바비시는 자신이 평화주의자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끝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나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처럼 친러시아 색채를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우크라이나 지원 역시 전면 중단하자는 게 아니라 체코가 나서지 말고 EU와 나토에 맡기자는 입장입니다.
카렐대의 정치학자 요세프 믈레이네크는 "바비시는 실용주의 사업가다. 그가 유일하게 신경 쓰는 건 총리직뿐"이라며 서유럽과 사업 관계로 얽힌 그가 총리로 취임하더라도 외교정책에 근본적 변화는 없을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