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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지난 한반도 전쟁 서사가 가져온 후폭풍 [스프]

[취향저격] 디즈니+ <북극성> (글 : 이현민 대중문화평론가)

북극성
디즈니+의 <북극성>은 국내외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작품의 서사적 논란부터 마케팅 전략까지, 안팎의 다양한 요소들이 이슈를 만들고 있다. 전지현과 강동원 두 톱스타의 만남, 고전을 면치 못하는 디즈니+의 구원투수, 중국의 반응, 철 지난 한반도 전쟁 이야기와 반미 스토리까지 따지고 뜯어봐야 할 내용이 많다.

먼저 서사적 측면을 살펴보면, 이 서사의 핵심은 결국 정치 스릴러다. 보통 정치 스릴러물은 정치 구도가 얼마나 현실적으로 구현되었냐에 따라 드라마의 성패가 좌우된다. 정치물은 미드의 인기 장르인데, 그동안 대중성뿐만 아니라 작품성도 다 잡는 수작이 여럿 나왔고, 여전히 인기 장르로 각광받는다. 현실 정치, 국제 정세를 얼마나 유기적이고 짜임새있게 결합시켜 몰입도를 높이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향방이 결정된다.

<북극성>은 어떠한가? 현재 국제 정세를 반영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현실 감각을 놓친 판타지 서사가 두드러진다. 이는 현재 전지현이 주연 배우라는 이유만으로 겪고 있는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한반도 전쟁, 남북 관계, 미중 관계는 그동안 우리나라 영화의 단골 소재였다. 대체로 북한을 미화하거나, 미국의 만행과 같은 류의 편향적인 소재가 주재료로 활용되었다. 물론 극적 긴장감과 재미, 픽션이라는 전제, 그리고 국민들의 현실 정치 무관심이 이러한 종류의 작품들의 인기와 명맥을 유지시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국제 정세를 더 깊이 파악한다면 정서경 작가의 엉성한 내용 구성은 아쉽기만 하다. 특히 철 지난 한반도 전쟁 플롯은 90년대식 '북한 위협-미국 개입-남북 긴장' 구도가 구태의연하게 반복되고 있으며, 이러한 구시대적 발상은 오히려 판타지에 가깝다. 미국을 주도적으로 전쟁을 일으킬 세력으로 묘사하고, 평화주의 후보가 희생되는 구조에서 드러나는 클리셰 역시 구태의 연속이다. 뿐만 아니라 반전을 그리기 위한 출연 배우는 적지 않은데, 극 중 주요 인물로 분하고 시사회에도 참석했던 배우 오정세는 극 초반 잠시 모습을 드러낸 후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물론 극의 구성상 그의 반전 역할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복잡한 인물 관계 설정도 아리송하다. 그러다 보니 판타지에 가까운 내용 구성이 설득력을 잃고, 단편적인 이념 드라마로 전락할 위기에 봉착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러한 단편적인 정치 프레임은 전지현을 향한 중국 네티즌들의 공격으로 이어졌다. 중국 광고가 무기한 연기되었다거나, 중국 활동 중단 가능성에 대한 기사들의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전지현이 맡은 '역할', 전지현의 '대사' 때문에 중국 네티즌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것은 팩트이기 때문이다. 결국 전지현은 작품의 허구적 설정을 연기했을 뿐인데, 그 의미가 현실 정치와 뒤섞이며 중국 여론의 공격으로 되돌아왔다. 이 사건은 특정 배우의 리스크를 넘어, 한국 드라마 산업이 국제 정치 프레임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낸다. 허술한 서사가 곧 배우의 리스크로 직결되고, 이는 콘텐츠 산업 전반의 신뢰와 경쟁력에도 타격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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