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이 특정 종교단체 신도들을 당원으로 가입시켜 경선에 동원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국민의힘이 이틀째 집중 포화를 쏟아붓고 있습니다. 의혹을 처음 폭로한 진종오 의원은 17분 분량의 제보자 녹취 전문을 추가로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정청래 대표가 윤리감찰단과 서울시당의 철저한 조사를 지시한 이후, 당사자로 지목된 김경 서울시의원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며 탈당했고, 민주당 서울시당은 최근 입당한 당원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종오 의원 "종교단체 3,000명 입당시켜 김민석 총리 지원 시도"...녹취 공개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잘 알려진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이 어제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섰습니다. 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이 특정 종교단체 신도 3,000명을 입당시켜 내년 지방선거에서 김민석 국무총리를 지원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관련 녹취록 일부를 공개했습니다. 녹취는 지난 주말 의원실에 제보되었으며 의혹의 당사자는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김경 시의원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록에는 두 가지 대화가 등장합니다. 제보자와 김경 서울시의원, 제보자와 시의원실 직원 간의 대화입니다. 진 의원은 "종교단체 신도 3,000명 명단을 확보하고, 그들을 권리당원으로 만들기 위해 6개월 동안 당비를 대납하겠다며 제보자를 회유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제보자-시의원실 직원 대화 녹취 中
제보자: "당원 가입하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돈을 우리가 받아서 하게 되면 나중에 돈이 문제가 되지 않나"
시의원실 직원: "그것은 제 개인적으로 나가는 거니까 전혀 문제될 게 없어요"
제보자: "근데 돈이 1,800만 원이에요"
제보자: "당원 가입하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돈을 우리가 받아서 하게 되면 나중에 돈이 문제가 되지 않나"
시의원실 직원: "그것은 제 개인적으로 나가는 거니까 전혀 문제될 게 없어요"
제보자: "근데 돈이 1,800만 원이에요"
민주당은 월 1,000원 이상을 6개월간 납부해야 책임당원이 될 수 있습니다. 3,000명이 6개월간 1,000원씩 납부하면 1,800만원이 됩니다. 진 의원은 "신도 3,000명에 대해 1인당 1,000원씩, 6개월간 1,800만원을 대납하는데, 그것도 직원 본인이 개인적으로 나간다고 한다. 1,800만원이라는 당비를 직원 개인이 대납할 수 있을까? 당비 대납하겠다는 그 돈, 1,800만원의 출처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당 차원의 개입이 있었을 거라는 주장입니다. 제보자와 김경 시의원과의 대화에는 이런 내용도 나옵니다.
제보자-김경 시의원 대화 녹취 中
제보자: "용도는 어떻게 쓰시는 건지는 제가 알 수 있을까요?"
김경 서울시의원: "그냥 저희 경선 민주당 경선. 김민석으로 가시죠"
제보자: "용도는 어떻게 쓰시는 건지는 제가 알 수 있을까요?"
김경 서울시의원: "그냥 저희 경선 민주당 경선. 김민석으로 가시죠"
이에 대해 진 의원은 당원으로 가입해 "현재 대한민국의 국무총리인 김민석을 밀어달라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 총리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꾸준히 거론되는데, 그의 당내 경선을 지원하려는 목적이라는 의미입니다.

탈당..."제보자는 사격연맹 간부, 악의적 조작"
김경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은 대학교수 출신의 재선 의원으로 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진상조사 지시가 나오고 오후 5시 쯤 서울시당의 입장문이 나왔습니다. 조사를 진행했으나 입당원서 모집 의혹 관련해 해당 시의원은 종교단체와의 연관성을 부정했으며, 녹취록의 '김민석' 언급은 (시의원) 본인의 정치적 의사 표명일 뿐, 김민석 총리 또는 당과는 무관한 발언임을 확인했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김경 시의원이 모집한 당원에 대한 입당을 무효화하고, 최근 입당 처리된 모든 당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의혹 당사자인 김경 시의원은 반박 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만난 특정 종교단체 인사는 사격연맹 관계자이기도 하다면서 녹취는 악의적으로 조작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 시의원이 밝힌 이번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지난 8월 4일 사격연맹 부회장인 제보자를 민원 청취 목적으로 시의회 문체위 회의실에서 만났는데, 태릉사격장 노후화 문제 등 민원을 듣는 과정에서 부회장이 "선거 때 사람 모집 힘들지 않느냐, 내가 관리하는 회원이 3,000명이다, 내년 선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먼저 제안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당원 가입 방법과 절차를 알려주었을 뿐 부회장에게 단 한 명의 당원 명부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SBS 취재진에게 그 근거로 당시 면담 내용이 담긴 문건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면담 기록을 공개한 건 당시 시의원과 제보자의 만남이 의정 활동의 일환이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문건에 기재된 내용 이외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김경 의원은 또 자신을 찾아온 제보자가 사격연맹 간부라는 사실을 부각하면서 진 의원과 제보자 사이에 '내통'이 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진종오 의원은 서울시사격연맹 부회장과 단 한 번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경 시의원은 민주당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며 탈당을 선언했습니다.

송언석 "경찰 고발, 몸통은 김민석"...한동훈 "민주당 당원명부 즉각 압수수색하라"
국민의힘은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습니다. 처음 의혹을 제기했던 진종오 의원은 김경 시의원과 민주당 서울시당 해명에 대해 재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17분 분량의 녹취록 전체를 공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
"(김경 시의원이) 저희가 자체적으로 다 해드리겠다고 회유하지 않았나, 김민석으로 가시죠, 김민석. 이렇게 강조하지 않았나. 수기로 조작하기 위해 글 쓰는 게 시간이 많이 걸리다보니 가능하면 조금이라도 먼저 보내주시면 작업한다고 재촉하지 않았나"
"(김경 시의원이) 저희가 자체적으로 다 해드리겠다고 회유하지 않았나, 김민석으로 가시죠, 김민석. 이렇게 강조하지 않았나. 수기로 조작하기 위해 글 쓰는 게 시간이 많이 걸리다보니 가능하면 조금이라도 먼저 보내주시면 작업한다고 재촉하지 않았나"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민석 국무총리를 직접 겨냥했습니다. 이번 건은 "김 총리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전에 조직을 정비하는 차원에서 나온 내용으로 보이며, 몸통은 김 총리"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사건의 몸통을 파헤치기 위해선 김 총리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가 필요하다"며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 '민주당 당원명부'를 압수수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SNS 中
"특검이든 검경이든, '민주당 당원명부' 즉각 압수수색해야 합니다. 어느 당이든 그런 일은 정당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에 대한 특검수사 기준이 민주당에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특검이든 검경이든, '민주당 당원명부' 즉각 압수수색해야 합니다. 어느 당이든 그런 일은 정당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에 대한 특검수사 기준이 민주당에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민주당은 직접 대응을 자제하면서 당의 공식절차를 통해 의혹을 풀어가겠다는 방침입니다. 전용기 의원은 SBS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의혹이 사실이라면 해당 시의원 개인의 일탈로 보이며, 탈당을 했더라도 당의 진상조사 절차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무총리실은 이번 문제가 김민석 국무총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통일교 의혹'으로 수세 몰린 국민의힘, 국면 전환 위해 화력 집중할 듯
이번 의혹과 관련해 진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 이외에는 아직까지 추가로 드러난 증거는 없습니다. 3,000명을 동원할 수 있다는 종교단체가 어디인지도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제보자인 사격연맹 간부도 일이 커진 데 따른 부담감으로 위축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어찌 보면 이번 사건은 정치판에서 종종 벌어지는, 지자체 의원들의 이른바 '중앙 정치인'에 대한 과잉충성에서 비롯된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건을 대하는 국민의힘의 태도는 결연해 보입니다. 당이 직면한 위기를 조금이라도 경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분위기도 읽힙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