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D리포트] 가슴엔 태극기 주먹은 '불끈'…'53살' 휠체어 육상 전설의 질주

53살의 유병훈 선수가 가슴에 태극기를 가리킨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힘찬 질주를 다짐합니다.

그리고 출발 총성과 함께 온 힘을 다해 400m 트랙을 달리기 시작합니다.

초반 150m까지는 6위에 그쳤지만, 사력을 다해 바퀴를 돌리며 조금씩 순위를 끌어올렸고,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간발의 차 2위로 올라선 뒤, 49초 29에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러시아 출신 선수를 0.08초 차로 제치고 개인 최고 타이기록을 작성한 유병훈은 태국 선수에 이어 은메달을 따냈고, 밝은 얼굴로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세계 선수권에서만 개인 통산 8번째 메달을 획득한 유병훈은 한국 장애인 육상의 살아 있는 역사입니다.

2002년부터 6회 연속 장애인 아시안게임에 출전했고, 2008년부터 5회 연속 패럴림픽 무대도 밟았습니다.

특히 50살이 넘어 출전한 지난해 파리 패럴림픽에서도, 최단 거리 100m부터 최장 거리 마라톤까지 4종목에 출전해 나이와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을 펼쳤습니다.

파리 패럴림픽이 끝난 뒤 은퇴를 선언했지만,

[유병훈/지난해 9월, 파리 패럴림픽 직후 : 이제 저는 국가대표 선수가 아닌 일반인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장애인 스포츠를 통해 갖게 된 자신감을 평생 잊지 않고 매번 감사하며 열심히 살도록 하겠습니다.]

자신의 은퇴 후 한국 휠체어 육상의 명맥이 끊길 것을 걱정해, 이번 세계선수권에 다시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불굴의 정신으로 한국 장애인 육상사를 새로 쓴 그는 100m와 800m에서 또 한 번 역사적인 질주에 나섭니다.

(취재 : 김형열, 영상편집 : 장현기,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