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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 많은 '젊은 유방암'의 비밀…"밥상부터 점검하자"

한국인에 많은 '젊은 유방암'의 비밀…"밥상부터 점검하자"
▲ 유방암센터

국내 여성 암 발생 1위는 단연 유방암입니다.

해마다 3만여 명이 새롭게 진단받고 있으며, 특히 서구와 달리 젊은 층에서 발병이 많다는 점이 두드러집니다.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2021년 신규 유방암 환자는 40대 8천589명, 50대 8천447명, 60대 5천978명, 70대 2천611명, 30대 2천96명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40∼50대 여성으로, '젊은 유방암'이 결코 예외적 현상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서구형 식습관, 음주·흡연, 운동 부족과 비만, 유전적 요인 등을 꼽습니다.

이중 식습관 요인은 각종 연구를 통해 그 위험성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서울대 예방의학교실(강대희, 이효빈)·유방외과(한원식)·식품영양학과(이정은) 공동 연구팀이 2004∼2013년 도시 기반 코호트연구(HEXA study)를 통해 서구형 식습관 중에서도 소시지·햄·베이컨 등의 가공육 소비가 유방암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이 연구 논문은 국제학술지 '임상영양학'(Clinical Nutrition) 최신호에 발표됐습니다.

연구팀은 40∼69세 여성 7만 1천264명을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추적 관찰했습니다.

이 기간에 새롭게 유방암을 진단받은 여성은 713명(1%)이었습니다.

연구 결과 소시지·햄·베이컨 등의 가공육을 주 1회 이상 섭취한 여성은 가공육을 전혀 섭취하지 않은 여성에 견줘 유방암 발생 위험이 57% 높았습니다.

이런 연관성은 50세 미만의 젊은 여성에서 더 두드러졌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이미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가공육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질산염, 아질산염 등의 첨가물이 체내에서 발암성 물질인 '니트로소화합물'(NOCs)로 바뀌는 과정에서 유방조직에 유전자(DNA) 손상과 돌연변이를 일으켜 발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또 고온에서 조리할 때 생성되는 독성물질인 헤테로사이클릭 아민(HCAs),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도 유방 조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흥미롭게도 이번 연구에서는 소고기 섭취가 오히려 유방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경향도 관찰됐습니다.

소고기를 월 2회 이상 먹은 여성은 소고기를 전혀 먹지 않은 여성보다 유방암 위험이 18% 낮았습니다.

이는 서구 연구에서 적색육이 유방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 것과 상반된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한국 여성의 소고기 섭취량이 서구보다 적은 점에 주목하면서, 소고기에 들어있는 필수 아미노산 등의 영양소가 호르몬·염증·대사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음주나 운동 부족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나아가 소고기 섭취가 영양·의료 접근성을 반영하는 사회경제적 지표일 수 있다는 해석도 더했습니다.

강대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가공육이 무조건 유방암을 일으킨다'는 단정적 결론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도 서구처럼 유방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한 데 의미가 있다"면서 "유방암 예방을 위해서는 가공육 소비를 줄이고 채소·과일 위주의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원식 교수는 여기에 더해 ▲ 적정 체중 유지 ▲ 규칙적 운동 ▲ 절주 ▲ 정기 검진 등을 통해 생활 속에서 유방암 예방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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