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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번 전화해 겨우 예약"…정부에 "XX놈들" 분노 폭발

"200번 전화해 겨우 예약"…정부에 "XX놈들" 분노 폭발
▲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전산망이 마비돼 29일 화장시설 예약 서비스인 'e하늘장사정보시스템' 접속이 막혀 유족과 장례식장 직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한 15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화장장 예약이 마비됐다는 건 처음 들어봅니다. IT 강국에서 이게 무슨…소가 웃을 일입니까."

오늘(29일) 정오쯤,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 화장터에서 모 상조회사 팀장 정 모(57)씨는 휴대전화로 '먹통'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e하늘장사정보시스템 사이트를 보여주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정 씨는 "화장터에 전화가 폭주하니 통화도 되지 않고, 주말 동안 정부24 서류도 못 떼니 난리였다"며 "장례식장 직원들도 머리 아파 죽으려 하고, 상조 팀장들도 장례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서울이 꽉 찼으니, 자리가 떴다고 하면 추가 요금을 부담하면서 세종까지 내려가 화장해서 올라오고 있다"며 "상주들도 (정부를 향해) '미친놈들'이라고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정 씨가 맡은 망인은 국가유공자이지만 서류 발급이 안 돼 화장비 면제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는 "일단 비용을 받고 나중에 팩스를 보내면 환급해 주겠다고 하더라"라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유족들은 화장터를 잡긴 했지만, 고인과 작별하는 마지막 순간에 차질이 생긴 데 대해 답답함을 표했습니다.

장인을 떠나보낸 한 중년 남성은 "저희 장례지도사 말로는 전화를 한 200번 했다고 하더라"라며 "기업도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차단하고 복구하는 데 국가 중요 시스템이 그렇게 되지 않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부친상을 당한 이 모(55)씨는 "아버지가 금요일에 돌아가셨는데 화장터를 잡지 못해 하루를 안치실에 모셨다"며 "저도 이쪽(IT)에 종사하고 있어 어쩔 수 없었다고는 보지만 대응이 미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장모의 화장을 기다리던 고 모(48)씨는 "토요일 새벽 6시에 화장 예약 사이트가 열린다고 했는데 접속되질 않아 장례지도사가 직접 화장터에 와서 예약했다"며 "장례 미사도 지내야 하는데 화장 일정부터 잡히지 않다 보니 걱정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현재 화장은 유족이나 상조회사·장례식장 직원들이 전화로 화장시설에 빈자리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을 경우 팩스로 신청서와 사망진단서를 보내 예약을 확정하는 '아날로그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요즘엔 90% 이상이 화장을 선택해 혼란이 더욱 큰 것 같다"며 "구두로 화장장을 예약하던 15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24 등 멈췄던 정부 행정정보시스템 647개가 순차적으로 재가동되면서 복구 서비스가 계속 늘고 있으나 복구율은 낮 12시 기준 아직 9.6%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후 첫 평일인 오늘 행정 현장에서도 시민 불편이 이어졌습니다.

오전 9시쯤 종로구청 무인민원발급기에서 인감증명서와 초본을 발급받던 박 모(56)씨는 "부동산 가계약으로 인감증명서를 뽑아서 오늘까지 위임장을 보내야 하는데 다산콜센터 120에 오전 8시 50분에 전화했더니 9시가 넘어야 확인된다고 했다"며 "시민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습니다.

종로구에 따르면 구청에서 발급할 수 있는 200여 개의 민원 서비스 중 대부분은 복구된 상태입니다.

발급 빈도가 적은 일부 서류 발급은 여전히 복구가 더딘 상황입니다.

현장에선 "어떤 서비스가 복구됐는지 안내가 미흡해 불편하다"는 불만도 나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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