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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설킨 수많은 얇은 선들…심연의 우주를 그려냈다

<앵커>

밤하늘의 별은 수만, 수십만 광년 전의 모습이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겁니다. 미국의 현대미술가 셰인 구포그는 이런 시간의 공존과 공간의 중첩을 캔버스에 옮깁니다.

이주상 기자입니다.

<기자>

[기억 속의 미래 / 11월 15일까지 / 갤러리 장]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수많은 얇은 선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이 켜켜이 수십 겹 쌓이면 심연의 우주가 펼쳐집니다.

마치 수많은 행성들의 이동 경로를 겹쳐놓은 듯합니다.

수만, 수십만 광년 전에 태어나서 우리 눈에 보이기까지 별들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시간과 공간이 휘어진 듯한 붓질은 우주의 생성과 소멸을 보여주며 정지된 고요한 순간을 탐구합니다.

[셰인 구포그/작가 : 이 붓 터치들은 제 팔의 움직임을 담고 있는 거예요. 말하자면 그 순간을 시간 속에 기록하는 것과 같아요. 그래서 '시간'이 아주 중요한 단어인 거죠.]

크기가 다른 세 개의 붓을 나란하도록 묶고 한꺼번에 움직여 무한의 세계를 캔버스에 옮깁니다.

행성의 궤적과도 같은 가느다란 선을 긋는 작업은 구도자의 수행과 다름없습니다.

[셰인 구포그/작가 : (T.S.엘리엇의) 시를 통해서 매번 깨달음을 얻고 있어요. 엘리엇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모두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고 이야기하거든요.]

별이 태어나고 사라지지만 우리 눈에 보이듯, 우리가 보는 과거가 곧 현재라는 겁니다.

특히 최근에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서 촬영된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 시간과 공간의 흐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장준환/갤러리 장 대표 : 이 작가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시간의 쌓임과 또 스페이스의 쌓임을 어떻게 하면 한 스크린에 표현할지에 대한 고민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제의 흔적과 오늘의 그림자, 그리고 내일의 빛남을 동시에 마주하게 됩니다.

(영상편집 : 안여진, VJ : 오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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