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제주 결혼이주여성 최초로 농협 정규직 된 론다비 계장

제주 결혼이주여성 최초로 농협 정규직 된 론다비 계장
▲ 제주도 결혼이주여성으로는 최초로 농협 정규직이 된 캄보디아 출신 론다비 씨

"처음 한국에 왔을 땐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죠."

지난 15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1리 자택에서 론다비(43) 씨는 이같이 회상하며 "지금은 성산이 내 고향 같다"며 웃어 보였습니다.

캄보디아 출신인 론다비 씨는 2007년 12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성산읍으로 이주했습니다.

한국 생활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겨울이라 날이 추운 데다 한국말도 할 줄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는 "캄보디아도 12월이면 날씨가 꽤 쌀쌀한데 한국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며 "날씨도 문제였지만, 캄보디아 말을 할 줄 아는 남편이 과수원에 가면 시어머니랑 단둘이 남게 됐는데 말이 통하지 않아 힘들었었다"고 말했습니다.

언제까지 말이 안 통하는 채로 집에만 있을 수만은 없던 그는 남편의 권유로 종교시설과 농협 등에서 운영한 한국어 교실을 다니게 됐습니다.

그는 "한국어가 차츰 늘면서 교육을 받으며 인연을 맺게 된 농협 하나로마트 아르바이트도 하게 됐다. 일손이 바쁜 날이면 가서 농산물 포장을 했다. 배달 주문 전화를 받아야 할 때도 있었는데 말도 안 통할 때도 많고 일도 어려워 울기도 많이 울었었다"고 말했습니다.

연년생 두 아들까지 키우며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2014년에는 성산일출봉농협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됐습니다.

론다비 씨는 늘 밝고 친절하게 고객을 응대하면서 조합장 공로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11년 만인 지난 7월에는 제주도 결혼이주여성으로는 최초로 농협 정규직이 되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기능직 전형 채용에서 실력으로 서류와 면접 등 전체 전형을 당당히 통과하며 론다비 기능계장보가 된 것입니다.

론다비 씨는 "사실 정규직 전환 시험에 3차례 도전했지만 낙방했었다"며 "자신감이 떨어져 2년간은 시험을 보지 않았다가 남편 응원으로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한 번 더 도전했는데 다행히 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농산물 파트 핵심 실무자로 선별과 포장·진열·매장 관리까지 현장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론다비 씨가 직장생활에만 열심인 것은 아닙니다.

그는 지역사회 일원으로도 바쁜 생활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론다비 씨는 그동안 짬이 날 때마다 제주에 거주하는 캄보디아인들의 행정 민원 처리나 병원 예약을 돕는 통역 자원봉사자로 활동했습니다.

또 그가 이주한 이듬해 남편이 지역 다문화가정과 함께 봉사단체를 꾸려 활동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폴리스 봉사회 소속으로 비정기적으로 홀로 사는 어르신 댁을 수리하는 봉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부터는 성산파출소 다문화자율방범대장을 맡아 2주에 한 번씩 성산읍 구석구석을 순찰하며 지역 안전을 지키는 데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수산1리부녀회 회원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각종 부녀회 행사 참석은 물론 일주일에 두 번 생활 체조 동아리 활동에도 참여하며 공연도 합니다.

그는 "사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서 활동하기 어려웠다. 나를 반갑게 여겨줄까 무서워서 갈까 말까 고민만 수천 번 했었다"며 "하지만 고민이 무색하게 어디를 가던 '다비야', '다비 언니'라 불러주며 따뜻하게 대해줬고, 덕분에 금방 지역사회에 마음을 열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어를 배우는 것도, 농협에서 일하는 것도, 봉사활동도 쉬운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일단 했고, 결국엔 해냈다"며 "국적을 떠나 무슨 일이든 적극적으로 임하면 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남편과 함께 제주 사회 일원으로서 뭐든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