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유산 방문의 해를 맞아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용천동굴이 25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안내로 언론에 특별공개됐다.
제주 국가유산 방문의 해를 맞아 '세계 최고의 지하 비경'이란 세계적 찬사를 받은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의 용천동굴을 25일 찾은 취재진은 동굴 내부를 걷는 동안 연신 감탄을 쏟아냈습니다.
지난 2005년 5월 용천동굴이 발견된 이후 동굴 내부가 언론에 정식 공개된 것은 20년 만입니다.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려운 용암동굴과 석회동굴의 특징을 모두 지닌 용천동굴은 2007년 제주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는 데 결정타 역할을 했습니다.
국가유산청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그 신비로운 모습을 보존하기 위해 '영구 일반 비공개' 원칙 아래 용천동굴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소수의 취재진에게 이날 공개된 구간은 만장굴 삼거리 입구부터 하류 호수 입구까지 약 1.7㎞ 구간입니다.
용천동굴은 2005년 5월 전신주 교체를 위한 한전의 지면 굴착 작업 도중 우연히 발견됐습니다.
당시 작업자들의 눈앞에 드러난 것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거대한 지하 공간이었습니다.
이날 취재진은 스테인리스 철문으로 굳게 닫힌 좁은 입구 아래로 한 사람씩 조심스레 사다리를 타고 8m 가량을 내려가 깜깜한 지하 동굴에 들어섰습니다.
3시간 이상 걸린 탐방은 머리를 숙이고 '오리걸음'을 해야 지날 수 있는 천정 낮은 구간과 절벽 구간 등이 번갈아 나타나는 만만치 않은 여정이었습니다.
지질 전문가 탐사 결과 용천동굴은 약 10만∼30만 년 전 거문오름에서 분출한 용암 바다로 흘러 들어가며 만들어 낸 총 길이 3.6km의 거대한 용암동굴로 확인됐습니다.
용천동굴이 '세계 최고의 지하 비경'이라는 찬사를 얻게 된 이유는 동굴 내부를 장식한 화려한 석회 생성물 때문입니다.
동굴 위 지표를 덮고 있던 조개껍데기의 탄산염 성분이 빗물에 녹아 동굴 내부로 서서히 스며들면서 종유석, 석순, 석주, 동굴산호 등 마치 석회암 동굴에서나 볼 수 있는 생성물들을 빚어냈습니다.
검은 현무암 벽면과 바닥을 따라 하얗게 피어난 석회 생성물들은 동굴 입구에서부터 신비로운 모습을 연출하다 하류에 가까워지면서 화려하게 피어 취재진을 반겼습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측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실사단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굴'이라는 극찬을 끌어낸 곳이 바로 이곳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동굴 끝부분에는 길이 약 800m에 달하는 거대한 호수까지 발견돼 탐사단을 놀라게 한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바닷물과 민물이 섞인 이 기수호는 용암동굴 내 호수로는 세계적인 규모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용천동굴은 지질학적 가치를 넘어 고고학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동굴 내부에서는 8세기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토기와 동물 뼈, 철기 등이 발견됐습니다.
이는 과거 제주인들이 동굴의 존재를 인지하고 제사 등 특수한 목적의 공간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이 유물들은 고대 제주의 생활상과 외부와의 교류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날 탐사에서도 곳곳에 고대인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숯덩이와 도기류, 낙서의 흔적 등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용천동굴은 제주의 화산 활동과 독특한 지질학적 과정, 그리고 고대인의 생활상까지 엿볼 수 있는 복합적인 가치를 지닌 보고"라며 "원형 보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질학적·역사적 가치를 세계로부터 인정받은 용천동굴엔 발견 직후부터 현재까지 일반인의 출입이 전면 통제되고 있습니다.
작은 환경 변화에도 동굴 생성물이 훼손될 수 있고, 외부 미생물 유입 등이 동굴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유산청과 제주도는 월 1회 동굴 내부 환경을 모니터링하며, 학술 연구 목적의 출입 등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용천동굴의 경관을 국민들에게 직접 보여드리지 못하는 아쉽지만, 인류 전체의 자산인 만큼 원형 그대로 보존해 미래 세대에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면서도 "추진 과정도 쉽지 않았던 이번 언론 공개가 용천동굴의 가치를 되새기고, 그 아름다움도 함께 나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