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주요 아랍·무슬림 국가 지도자들에게 새롭게 제시한 가자지구 평화 구상에는 동티모르식 모델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99년 동티모르와 코소보에 적용된 이 모델은 전후 과도기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제적인 통치 기구가 임시로 신탁 통치한 뒤 점진적으로 주권을 현지 정부에 이양하는 방식입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손 떼기를 바라는 이스라엘과 자치정부의 즉각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바라는 국제사회의 요구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현지시간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최근 중동의 가장 강력한 나라들의 대표들과 매우 좋은 만남을 가졌다. 나는 우리가 합의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특사 스티브 위트코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에게 21개 항목으로 구성된 중동 평화 계획을 제시했다고 소개하며 며칠 내 돌파구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위트코프 특사는 이번 가자지구 평화 구상이 "이스라엘은 물론 이 지역 이웃 국가들의 우려를 동시에 반영한 방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구상은 영구 휴전, 인질 전원 석방, 국제 안정화군 배치 등을 핵심으로 하며, 전후 가자 관리 체제에 관한 구체적 로드맵도 포함돼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행정에 참여할 수 없으며, 가자 주민 강제 이주는 없다고 명시됐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이스라엘 현지 언론 매체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가자 국제 과도 통치 기구'(GITA)의 수장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과도 기구는 최장 5년간 가자지구를 신탁 통치하는 과도기적 기구로, 동티모르와 코소보의 사례를 참고한 모델입니다.
초기에는 가자지구 인근 이집트 엘아리시에 기반을 뒀다가 이후 유엔이 승인한 국제 안정화군과 함께 가자에 진입하는 계획입니다.
이 구상은 최종적으로 가자지구를 포함한 모든 팔레스타인 영토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통치 아래 놓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가디언은 설명했습니다.
하마스 재집권과 관련한 이스라엘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는 것과 동시에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나온 것이 동티모르식 모델입니다.
중동과 유럽 주요 국가들은 전후 가자지구를 팔레스타인 위원회가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반면 이스라엘은 그동안 전후 가자 통치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관여를 일관되게 거부해 왔습니다.
29일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러한 계획을 수용할지는 불확실하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네타냐후 총리에게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만약 네타냐후 총리가 그의 계획을 거부한다면 둘의 관계는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이 매체는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지구 합병 움직임에 대해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스라엘이 최근 서방 국가들이 잇따라 팔레스타인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는 것에 대응해 서안지구 합병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으로 공개적인 반대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뉴욕 회동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요르단, 카타르,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지도자들이 참석했습니다.
이들은 이 계획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더 큰 역할을 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