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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45세에 '정점' 61세에 '적자'…한국 '노인 빈곤율' OECD 중 최고

<앵커>

금요일 친절한 경제 한지연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한 기자 나이대별로 쓰는 돈과 버는 돈이 각각 얼마나 되는지 통계가 나왔다면서요?

<기자>

표를 좀 보시면 파란 선은 노동 소득을 뜻하고요. 빨간 선은 소비를 뜻하는데요.

28세에 흑자 전환을 하고요. 45세에 소득이 정점을 찍고, 61세에 다시 적자로 전환하는 모습입니다.

이번에 발표된 게 '국민이전계정'이라는 통계인데요.
 
이름이 조금 딱딱하지만 쉽게 말하면 한 사람의 평생 가계부를 국가가 대신 써둔 거라고 보면 됩니다.

나이에 따라 얼마나 벌고 쓰는지, 또 모자라는 부분은 누가 메워주는지를 보여줍니다.

조사 결과를 보면 28세부터 흑자로 돌아섭니다.

사회에 진출해 소득이 지출보다 많아지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45세에는 1인당 노동소득이 4천433만 원으로 최고치를 찍는데요.

회사에서 경력이 쌓이고 가정에서는 아이들 양육과 대출 상환으로 경제적 책임이 가장 큰 시기입니다.

하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소득은 줄고, 61세부터는 다시 적자로 전환됩니다.

은퇴로 소득은 급격히 줄지만, 의료비와 생활비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경우가 많죠.

기대수명 83세를 고려하면, 적자 상태로만 20년 이상을 살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또 청소년 시기에도 적자가 두드러지는데요.

16세 때는 1인당 4천418만 원의 적자가 발생하는데, 교육비와 생활비가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통계는 사회 구성원이 몇 살 정도에 흑자고 몇 살에 적자인지 인생 주기를 보여준다고 보시면 됩니다.

<앵커>

아까 그래프에서 보면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더 많은 구간에서는 누군가가 부양을 해 주고 있다는 건데, 그 부양 규모는 얼마나 되나요?

<기자>

일하는 노동 연령층이 지금 앞뒤 세대의 적자를 메워주는 구조로 나타났습니다.

2023년을 기준으로 보면 노동 연령층에서 320조 7천억 원이 순유출됐습니다. 

이 가운데 184조 5천억 원은 유년층으로, 131조 1천억 원은 노년층으로 흘러갔습니다.

쉽게 말해 부모의 월급에서 아이 학원비와 등록금이 나가고, 또 부모님 병원비와 생활비까지 빠져나간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한쪽으로 벌어 양쪽으로 쓴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습니다.

여기에 월급만이 아니라 자산에서 나오는 흐름도 있습니다.

노동 연령층에는 183조 5천억 원, 노년층에는 48조 1천억 원이 각각 순유입됐는데요.

이건 다른 세대가 준 돈이 아니라, 본인들이 모아둔 저축이나 연금, 예금이자, 주식 배당 같은 자산 소득이 더해진 겁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다 합쳐도 인생 전 구간을 혼자 버티기는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교육과 보건 관련 공공소비도 2023년에 각각 7.7%, 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세대 간 이전은 단순히 가정 안에서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가족과 사회, 또 제도가 함께 균형을 맞추면서 생애주기를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앵커>

결국 노년 세대의 지출 대비 수입이 줄어들수록, 그리고 자녀 세대의 부양 여력이 떨어질수록 노인 빈곤이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겠죠?

<기자>

노인 빈곤율이라 함은 노인 가운데 중위소득의 절반도 못 미치는 비율을 뜻하는데요.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약 40%로 OECD 중에서 최고 수준을 보였습니다.

경제 활동을 접고 적자로 전환하는 시점부터 소득이 급감하지만 공적 연금이나 사회 안전망이 충분히 받쳐주지 못하다 보니 빈곤 위험이 큽니다.

여기에 의료비 지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요.

최근 통계에서는 국민 1인당 의료비가 400만 원을 돌파했고, 불과 5년 만에 36% 늘었습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 진료비는 한 해 50조 원을 넘어섰고, 올해 1분기에도 11조 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75세 이상이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이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나이가 들면서 적자로 전환되는 구조가 현실에서는 높은 노인 빈곤율과 늘어나는 의료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번 국민이전계정 통계는 바로 이런 현실을 뒷받침해 주는 자료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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