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시 여러분은 이 우주에 별이 얼마나 되는지 상상해 본 적 있나요?
연구팀이 추정한 값에 따르면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에 있는 별의 개수가 300해 개라고 합니다. 300해라는 숫자는 3 뒤에 0이 22개 붙는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숫자죠. 별 하나당 지구 같은 행성이 한두 개 더 있다고 생각하면 우주에 있는 행성의 개수는 훨씬 더 많겠죠.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규모로 많은 행성들을 떠올려보면 이 넓은 우주에 과연 생명체가 이 지구에만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이런 생각에 불을 지핀 최근 NASA의 발표가 있었죠. 오늘 오그랲에서는 NASA가 발표한 화성의 생명체 흔적이 도대체 무엇인지, 또 왜 지금 이 시점에 공개를 했는지 5가지 그래프를 통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NASA의 긴급 발표 "화성에서 잠재적 생명체 흔적 발견"
NASA의 발표를 살펴보기 전에 화성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나눠보려고 합니다.

태양계의 행성 가운데 4번째에 위치한 화성은 과거부터 많은 과학자들의 관심 대상이었습니다. 지구를 제외한 태양계 내 모든 행성 중 표면 탐사가 가장 많이 이뤄진 행성이기도 하죠.
최근 들어 화성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진 건 아무래도 일론 머스크 덕일 겁니다. 머스크는 인류가 한 단계 진일보하기 위해선 화성을 탐사하고, 나아가 화성으로 이주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스페이스X에선 화성에 건설할 도시의 후보지도 물색하고 있죠.
화성에 우리 인류의 손길이 닿기 시작한 건 1960년대 초반부터였습니다. 하지만 당시로 시곗바늘을 돌려보면 화성이 가장 핫했던 건 아닙니다. 오히려 이 시기엔 많은 사람들이 금성에 주목했죠. 일단 금성 궤도가 지구와 가장 가깝기도 하고요, 크기나 질량이나 중력이 지구와 유사했다는 점도 끌렸던 이유였죠. 그래서 우주 탐사 초기엔 금성 탐사가 중점적으로 이뤄졌습니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금성 탐사에 열중이었던 건 소련이었습니다. 하지만 실패의 비율이 많이 높죠. 소련이 금성에 집중했다면 미국은 화성에 집중했는데요, 역시나 초반엔 실패가 있었지만 2000년대 이후로는 전부 성공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태양에 가까운 수성이나 목성, 토성 같은 외행성에도 탐사선을 보내왔지만 최근까지도 탐사가 이뤄지는 곳은 역시나 화성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9개의 탐사선이 화성에서 미션을 수행하고 있고요.

화성 표면에서는 큐리오시티와 퍼서비어런스라는 이름의 탐사선 2개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고요, 화성 궤도에는 7개의 탐사선이 화성 주위를 돌면서 데이터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이번 NASA의 발표는 퍼서비어런스가 발견한 자료였던 거죠.
엄밀히 따지면 발표는 2025년이었지만 시료를 채취한 건 지금으로부터 1년 전입니다. 충분한 연구 시간을 갖고 검증을 마친 뒤 발표한 거죠.

이번 발표의 핵심은 바로 이 사진에 있는 반점 무늬입니다. 연구진들은 이러한 패턴이 미생물 생명체의 잠재적 지문이 될 수 있다고 밝혔어요. 물론 이런 무늬가 생물학적 반응으로만 생성되는 건 아닙니다. 고온의 상황이라던가, 혹은 산성 조건 하에서도 생성될 수 있죠. 하지만 연구진들은 이 암석을 살펴봤을 때 고온이나 산성 환경을 경험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어요. 그만큼 생명체 존재의 증거로서의 힘은 더 커지겠죠?
그래서 그런지 NASA의 리더는 이번 발표에서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화성에서 발견한 생명체의 가장 뚜렷한 증거일 수 있습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죠."
이번 탐사에서 '생명체 흔적' 발견할 수 있었던 이유
인류가 60여 년 간 화성의 궤도와 표면을 탐사하면서 깨달은 게 있습니다. 바로 화성의 지리적 특성이 정말로 다양하다는 거였죠. 일단 화성에는 태양계에서 가장 거대한 올림푸스 화산도 있고요, 미국 본토 길이보다도 긴 거대하고 깊은 마리너 계곡도 있죠. 넓은 평원과 높은 고원 등 다채로운 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화성에 탐사선을 보낼 때마다 다양한 위치에 착륙시키며 서로 다른 유형의 지형에서 분석을 이어왔어요. 프로젝트 한 번에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화하기 위해 신중한 선택을 해왔던 거죠.
특히 2000년대 초반 활약한 탐사선들이 화성에 과거 물이 존재했다는 증거를 발견하면서 이후 연구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쌍둥이 탐사로봇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는 물이 흘렀던 흔적을 발견했고, 고정형 탐사선 피닉스는 마침내 화성의 물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었죠.
이러한 선배 탐사선들의 성과를 바탕으로 미션을 시작한 신참 퍼서비어런스는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할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 착륙해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요.

바로 이곳 예제로 크레이터라는 곳인데, 이 지형의 북서쪽 지역을 보면 삼각주 모습이 보입니다. 과학자들은 3~40억 년 전엔 이곳에 강물이 흘러들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 흔적만 남아있지만 이곳이라면 생명체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죠. 실제로 퍼서비어런스는 예제로 크레이터에 착륙했고 그 결과가 이번에 나온 거고요.

예제로 크레이터에 착륙한 퍼서비어런스(9월 19일 기준)는 화성일(Sol) 기준으로 1,622일, 37.15km를 이동하고 있습니다. 지역을 오고 가면서 화성 표면의 시료들을 이렇게 수집하고 있죠. 현재까지 모두 30개의 시료를 모았고 이번에 생명체 흔적이 담겨있던 샘플은 바로 이곳에서 채취한 25번째 샘플입니다.
퍼서비어런스가 이렇게 샘플을 모으는 이유는 단순히 이 녀석의 미션이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말 생명체의 증거가 맞는지 제대로 확인하려면 이걸 다시 지구로 가지고 와야 합니다. 그래서 퍼서비어런스의 임무에는 이 샘플을 지구로 다시 가져오는 것까지 포함해서 설계되었죠.

이름하여 Mars Sample Return MSR 프로젝트의 원래 계획대로라면 2027년과 2028년에 진행되어야 하지만 해당 일정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가장 이른 현실적인 스케줄이 2030년 초인데 문제는 예산이 너무 크다는 데 있습니다.

NASA의 현재 MSR 예산은 56억 달러 수준입니다. 하지만 현재 계획대로 흘러가더라도 비용은 72억에서 91억 달러 수준이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2030년 일정이나 대체 시나리오로 계산하면 그 비용은 최대 109억 달러까지 늘어난다는 문제가 있어요.
NASA의 긴급 발표... 그 이면의 예산 전쟁
이번 퍼서비어런스의 발견은 매우 대단한 성과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성격의 발견이라고 하긴 어려워요.
사실 퍼서비어런스 미션에 샘플 확보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생명체의 흔적을 찾기 위해 다짜고짜 화성 암석 샘플을 가져올 필요가 없거든요. 근거가 있어야 샘플을 가져올 이유가 있는 거죠. '샘플' 확보라는 것 자체가 이미 과거 화성 탐사에서 생명체 관련된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우리들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과거에 있었던 NASA의 발표나 관련 기사를 본 게 있었을 겁니다. 가령 화성 토양에서 유기 화합물이 발견된다는 소식들 말이죠. 이 소식들은 2012년부터 화성을 탐사 중인 큐리오시티가 대부분 전해왔던 이야기입니다.

큐리오시티는 그 무게가 1톤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탐사선인데요, 아예 실험실을 탑재해서 화성에 갔습니다. 이 친구의 기여로 지난 2013년 NASA는 화성이 과거에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어요. 지난 2018년엔 화성의 30억 년 된 퇴적암에서 유기 화합물 분자를 발견하기도 했죠. 암석에서 유기 화합물이 감지되었다는 건 생명체의 구성 요소 중 일부가 화성에 존재했음을 나타내는 증거입니다. 올해에도 화성에서 유기 화합물을 발견할 정도로 생물학적 가능성을 가진 흔적을 계속 발견해 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발견이 흥분되는 발견이긴 하지만 아주 특별한 것이라고는 얘기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NASA는 지금 이렇게 요란스럽게 발표를 할 걸까요? 이미 살펴봤던 NASA의 예산 상황과 발표 시점을 보면 답이 있을지 모릅니다. NASA의 긴급 발표한 시기는 공교롭게도 미국의 2026년 예산 심의 시즌과 겹쳐 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임기 초기 정부효율부를 내세워 여기저기 칼춤을 추면서 요란스러웠던 것 기억나시죠? NASA도 예산 삭감과 정부 효율화 칼날을 피할 순 없었습니다. 백악관이 제출한 2026년 예산안을 보면 그 삭감규모가 상당합니다.

금액을 비교해 보면 전년 대비 25.9%가 감소한 수준입니다. 과학 예산을 살펴보면 거의 절반 가까이 삭감될 계획이죠. 이런 상황을 타계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올려, 예산 확보의 필요성을 높이는 방법, '화성 생명체 흔적 발견' 발표가 제격일 수 있습니다.

NASA는 이와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찬사도 잊지 않았습니다. NASA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발견이 트럼프 1기 행정부에 발사된 퍼서비어런스 실적이라는 걸 굳이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백악관이 제출한 2026년 예산안에는 화성 샘플을 복귀 프로젝트 항목은 빠져있습니다. NASA에선 기존 회수 방법 대신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모색하고 있죠.
기초 과학 투자가 리더 한 명의 판단으로 한 순간에 뒤바뀌는 건 지금같이 기술 패권이 중요한 시기에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이미 우리나라도 경험한 바 있죠. 그래서 NASA 내부적으로도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예산 삭감과 대규모 감원 압박에 반발한 직원들은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과학 연구 예산은 정치적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거죠. 트럼프 행정부의 과학 연구 예산 삭감에 반발하는 과학자들은 '보이저 선언'이란 걸 발표했습니다.

현재(9월 19일 기준)까지 보이저 선언에 참여한 과학자는 모두 363명입니다. 그중 183명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밝혔고 나머지 180명은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 이 선언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그나마 다행인 건 의회에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NASA에 대해서는 당을 초월해서 전반적인 지지세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NASA 예산을 심의하는 위원회에서는 트럼프의 NASA 예산 삭감안을 거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죠. 실제 미 하원 예산 심의 의원들은 NASA 예산 삭감 제안을 거부하고 2025년 예산과 거의 동일하게 유지하는 안을 승인했습니다. 그리고 이 예산안에는 화성 샘플 회수 프로그램 예산도 포함되어 있었고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