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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로 갈 것이냐 영구분단으로 갈 것이냐"…위기의 통일 [스프]

[안정식의 N코리아 정식] '적대적 두 국가론'과 '평화적 두 국가론'

2023년 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남북은 적대적 교전국 관계'라고 선언한 김정은 총비서가 남북을 두 국가로 분리하기 위한 조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 20일과 2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도 남북관계 단절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김정은은 "통일할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 "철저히 이질화되었을 뿐 아니라 완전히 상극인 두 실체의 통일이란 결국 하나가 없어지지 않고서는 성립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남북이 "국경을 사이에 둔 이질적이며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개 국가임을 국법으로 고착시킬 것"이라며, "한국과 마주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남북이 적대적인 별개의 국가라는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최고인민회의에서 연설하는 김정은김정은이 이렇게 '적대적 두 국가론'을 들고 나온 것은 김정은의 주장에 따르자면 남한이 흡수통일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은 "근 80년에 이르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의 치열한 대결사와 현실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한국의 태생적 야망은 변한 적이 없고 또 절대로 변할 수도 없으며 적은 역시 적이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남한에서 등장한 '평화적 두 국가론'
그런데, 최근 들어 남한에서도 '두 국가론'이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평화적 두 국가론'입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제한반도포럼 개회사에서,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 다시 남북관계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변화의 초점을 우선 적대성을 해소하는 데에 맞추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 대안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사실상의 평화적 두 국가론으로 전환하는 것"이고 "이것이 우리 대북정책의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동영 장관은 지난 16일 대정부질문에서도 "남북한은 사실상 유엔에 가입한 두 국가"이고 "국제법적으로도 그렇고 현실적으로도 두 국가로 존재"한다며 '두 국가론'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국제한반도포럼'에서 연설하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

'평화적 두 국가론'은 북한이 흡수통일을 우려하며 남한과의 단절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하고 평화공존을 바탕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추구하겠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상 북한은 별개의 국가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북한이 하나의 국가로 존재하는 현실을 인정하자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적대적이든 평화적이든 두 국가론은 영구분단"
하지만, 북한이 '두 국가론'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남한마저 '두 국가론'을 주장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심각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남한 내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통일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견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통일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꼭 통일을 해야 하느냐' '남북이 갈라진 채 이대로 살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됩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나서 '두 국가론'을 들고 나올 경우 그것이 아무리 '평화적 두 국가론'이라 하더라도 '통일 불필요' 의식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북이 다 같이 '두 국가론'을 들고 나오는 상황에서 이제 '통일은 물건너갔다'고 남북 공히 생각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정동영 장관은 "두 국가론이 영구분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두 국가'라는 말이 '통일'이라는 말과 상반되는 이미지인 것은 분명합니다.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은 지난 19일 통일연구원-한라대 동북아경제연구원 공동학술회의 축사에서 "적대적이든 평화적이든 두 국가론은 한민족을 영구분단시킨다"고 밝혔습니다.
'두 국가론'을 반박하는 김천식 통일연구원장

'평화적 두 국가론'을 주장한다고 해서 남북 간에 평화가 정착될지도 알 수 없습니다.

2000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 지 25년이 지났음에도 남북관계가 여전히 바닥을 헤매고 있는 것은 정권마다 바뀌는 '남한 대북정책의 비일관성'과 극단적 일인 독재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한 체제의 경직성'에 기인합니다. 남한 내의 극심한 정치적 분열과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을 보면 앞으로도 남한 대북정책의 비일관성과 북한 체제의 경직성이 구조적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데, '평화적 두 국가론'을 주장한다고 해서 지속가능한 평화가 오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자칫 '평화'는 사라지고 '두 국가론'만 남아 결과적으로 분단 고착화로 가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생각해 볼 부분은 북한 체제가 불안정해져 한반도 구도가 변화하게 될 경우입니다. 북한 체제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돼 북한의 향방을 놓고 관련국들이 논란을 벌이는 상황이 온다고 할 경우, 우리가 '두 국가론'을 주장하고 있으면 무슨 근거로 남북이 통일되어야 한다고 국제사회에 주장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통일을 바란다고 얘기를 해도, 주변국들이 '너희들은 남북 모두 두 국가라고 얘기하지 않았느냐'라고 하면 할 말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자칫 북한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상황이 되어도 우리가 이걸 막을 논리가 궁색해질 수도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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