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악 가뭄' 강릉 물 공급에 헬기까지 투입
자연재해 사상 첫 가뭄 재난 사태 선포로 이어진 최악 가뭄의 충격은 안정적인 수원 확보와 부족한 물그릇 마련이라는 중장기 과제를 남겼습니다.
강릉 가뭄 재난 사태 선포는 해제됐지만 가뭄 피해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오는 26일까지 농업 분야 피해 조사를 실시합니다.
현재까지 280곳이 신청, 274곳이 가뭄 피해 농가로 확정됐습니다.
다만 추가 신청과 정밀 조사 결과에 따라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최악 가뭄에 따른 제한 급수 등으로 입은 소상공인 피해는 현재로서 가늠하기 쉽지 않습니다.
도는 현재까지 105건의 단순 상담이나 재해확인서 발급 상담을 진행했지만, 매출 감소를 입증해야 하는 방식이라는 것 외에는 피해 산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자연재해로는 처음인 가뭄 재난 사태 선포는 피해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자 동원을 가능하게 한 조치였던 만큼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같은 피해복구 지원도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다만 가뭄 재난을 통해 전국에서 총동원된 물자와 가뭄 극복 노력은 강릉시민들의 가슴에 감동을 안겼습니다.
가뭄 재난 사태 닷새 전인 지난달 25일부터 9월 19일까지 이어진 운반 급수에는 군과 소방, 지자체 차량 9천108대가 동원대 22만 4천958t을 실어 날랐습니다.
운반 급수에 동원된 인원만 2만 2천871명에 달했습니다.
군부대뿐만 아니라 산림청 산불 진화 헬기 등 헬기도 29대나 투입돼 강릉시민의 유일한 물그릇인 오봉저수지에 물을 공급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900만 병에 육박하는 생수 지원도 답지해 강릉시민의 마른 목을 축이며 고통을 나눴습니다.
문제는 강릉지역 생활용수의 87%를 오봉저수지에 의존한 채 다양한 물그릇(수원)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강릉 도심을 흐르는 남대천은 동해까지 거리가 짧아 물을 담아둘 그릇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이처럼 강릉은 장기 가뭄에 취약한 지리적·지형적 특성 때문에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수도 없이 제기됐습니다.
재난 사태 선포까지 이어진 최악 가뭄은 대체용수 준비 부족과 허술한 수자원 관리가 원인이라는 질타가 쏟아진 이유입니다.
이처럼 최악의 가뭄을 겪은 강릉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심정으로 가뭄 대응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시는 단기적으로 유출 지하수, 남대천 관정 5개, 사천 저수지와 홍채정수장 관로, 옛 홍제취수장 재설치 등을 통해 생활용수를 확보할 방침입니다.
이를 통해 추석 이후에는 하루 4만 7천500t의 물을 공급한다는 계획입니다.
중장기 대책으로는 연곡 지하 저류 댐과 남대천 지하 저류 댐, 연곡 정수장 개량·증설, 노후 상수 관리 정비 및 송수관로 신규 설치, 하수처리 재이용 등입니다.
우선 연곡면 송림리 일원의 연곡 지하 저류 댐은 지난해 착수해 2027년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250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이 완료되면 일일 1만 8천 t의 물을 확보해 연곡정수장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됩니다.
이와 함께 300억 원을 투입해 강릉시 남대천 일원에 1만 5천 t의 물을 가둘 수 있는 지하 저류 댐을 추가 설치하는 사업은 이제 막 검토가 시작됐습니다.
완공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럼에도 모두 완공되면 오봉저수지에 의존해 온 물그릇은 크게 남대천 관정, 연곡과 남대천 2곳의 지하저류댐까지 4곳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원수용 물그릇 확보에 발맞춰 연곡정수장 개량 및 증설 사업도 추진됩니다.
총 820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이달 중 발주 예정입니다.
또 다른 중장기 대책으로 해수담수화도 거론됩니다.
차세대 바닷물 담수화 기술인 태양열을 이용한 막증류법은 뜨거운 바닷물에서 발생하는 수증기가 증기압 차로 미세한 구멍이 뚫린 막을 통과해 차가운 담수통에 응축되게 하는 기술입니다.
기존 담수화 기술인 역삼투법이나 증발법보다 낮은 온도와 압력에서 담수를 생산할 수 있어 에너지 효율이 높고 탄소 배출은 적습니다.
태양열 에너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는 30% 줄이고 담수 생산 효율은 9.6% 높인 기술입니다.
다만 실험실 수준 실증만 거친 초기 단계 기술인 만큼 장기 실증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실증은 이달 중 담수화 설비를 강릉으로 운반해 설치한 후 10월부터 11월까지 추진됩니다.
이밖에 강릉공공하수처리시설 내에서 바다로 흘려보내는 하수를 하천유지 용수 또는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하수처리 재이용 사업도 검토 중입니다.
총사업비 354억 원이 사업은 2027년 신규 사업으로 건의할 방침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