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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리포트] 22년 만에 오늘 공개 타종…100리 넘게 들리는 '신종의 비밀'

유럽 최고의 종으로 꼽히는 영국의 대종 '그레이트 폴'의 소리입니다.

성덕대왕신종의 소리는 이보다 훨씬 묵직합니다.

[현장음 - 성덕대왕신종]

웅장함 가득한 소리의 비밀은 성덕대왕신종을 칠 때 6백 헤르츠 미만 저주파 영역에서 22개의 고유 주파수가 발생하는 데 있습니다.

종 안에 22가지의 웅장한 울림이 화음처럼 어우러지는 건데 1천1백 년 뒤 제작된 '그레이트 폴'의 2배에 이르는 수치입니다.

위로 뚫린 음통을 통해 고주파는 빠져나가고 저주파들은 아래로 약간 오므라든 종의 몸체에 싸여 소리의 무게를 더하는 원리입니다.

신종 소리를 독보적인 경지로 올리는 건 끊어질 듯 되살아나는 특유의 맥놀이입니다.

맥놀이는 비슷한 두 개의 주파수가 간섭할 때 진동이 커졌다 작아지는 걸 반복하는 현상인데 신종의 기본음인 168 헤르츠대 한 쌍의 음파가 0.11 헤르츠, 즉 1초당 0.11번의 떨림 차이를 통해 9초 간격의 맥놀이를 부르는 겁니다.

처음엔 천지를 흔드는 큰 소리가 나다가 9초 뒤 마치 아이 울음 같은 '어~엉' 소리를 토하고 사그라드는 듯하더니 9초 뒤 또 한 번 약한 울음을 뱉어냅니다.

이는 미세한 비대칭성의 결과입니다.

[김석현/강원대 명예교수(메카트로닉스공학) : (성덕대왕신종이) 거시적으로는 항아리 모양 대칭 구조인데 문양의 배치 (차이)라든가, 무엇보다도 주조 오차라는 것이 있습니다. 직경이라든가 두께, 이런 것이 조금씩 차이 나기 때문에 그러한 미세한 비대칭성이 (맥놀이를 부르는) 아주 미세한 차이를 갖는 두 개의 주파수를 만들어내는 거죠.]

12만 근 구리를 들여 종이 완성된 건 신라 혜공왕 때인 771년, 세종실록지리지는 소리가 100리 너머까지 들린다고 신종의 특별함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1,300년을 지나 우리에게 오기까지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습니다.

당초 성덕왕의 원찰인 봉덕사에 걸려 있었지만 북천 범람으로 흙 속에 묻혔다가 1460년 영묘사로 옮겨졌고 화마를 가까스로 피한 뒤 자리 잡은 경주 읍성 남문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인위적인 훼손을 피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김연미/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 : 조선시대가 '숭유억불'로 여러 가지 불교문화유산들이 많이 수집도 되고 다시 녹여서 변기라든가 동전으로 녹여서 만든다든가 이런 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를 막은 건 세종이었습니다.

경주 봉덕사 대종, 즉 성덕대왕신종과 개성 연복사 대종은 절대 헐지 말라는 어명을 내렸고 조선왕조 내내 지켜진 겁니다.

성덕대왕신종은 24일 추첨으로 뽑은 국민 771명 앞에서 타음조사를 겸한 22년 만의 공개 타종 행사를 갖습니다.

갖은 고난을 뚫고 오랜 세월을 이어온 한국의 대표 소리가 13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건재할지 이번 타음 조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취재 : 박철희 TBC, 영상취재 김명수 TBC, 디자인 : 김세윤 TBC, 화면·자료 제공 : 국립경주박물관, 한국정책방송원·e뮤지엄,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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